나온다! 송편, 만두, 그리고 빈대떡... 해피 한가위!!
올추석..
아파트로 이사해서 보관할 장소도 없으니
간단하게 예년의 절반만 하자시던 어머님...
하지만 그 말씀을 애써 믿으려고 용쓰던 둘째 며느리의 기대를 무참히 박살내시다.
<< 송편은 한 말만 하고..
만두는 설의 절반만큼인 밀가루 6 Kg 치대고..
빈대떡은 아주 쬐끔만, 대두 한 되 반만 하면 되지, 뭐.
날도 더운데 절대로 많이 하지 마라, >> 어머님 말씀.
결국 설날과 거의 차이 없는 양의 음식을 하고야 말았다. ^^
30 도를 육박하는 낮기온에
치대놓은 만두속과 송편반죽, 빈대떡 거리가 상할까 봐
냉장고에 넣었다, 꺼냈다 난리를 치며
하루에 한 가지씩 사흘에 걸쳐 요리하다..
**목요일: 송편 만들어 보입시더..
수요일 저녁 쌀 4 Kg 두 포대를 씻어 불리고
솔잎 만 원 어치 사다가 깨끗이 씻어 채반에 헤쳐 말려서 냉장고에 넣어뒀어요.
깨는 볶아서 곱게 갈아 놨고, 밤이나 동부, 콩은 절대로 속재료로 못 쓰게 하신 어머님의 전통에 따라
깨송편만 만듭니다.
수많은 스텐레스 다라를 버려두고 왜 하필 빨간 고무 다라를 꺼냈을까요? ㅎㅎ
방아간에서 빻아온 쌀가루를 곱게 비벼 뜨거운 물 조금씩 부으며 익반죽 해요.
작년엔 제 손도 따라 익는 줄 알았습니다, 으흐흐..
그래서 사진 찍는다 핑게 대고 대역 썼지요,ㅎㅎ
주무르고, 치대고... 제법 반죽의 꼴을 갖춰가네요.
이 찜솥은 올추석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고생합니다.
숨 질 때까지 뜨겁게 살 걸요..고마워라.
솔잎 깔고 송편 돌려 앉혀 끓는 솥에 자리 잡아 35 분에서 40 분 가량 쪄냅니다.
불 끄고 몇 분 뜸 들인 후 꺼낼 때,
참기름 동동 띄운 찬물에 손 담그면서 송편에 참기름 고소한 향을 코팅합니다.
쪄낸 송편들을 채반에 둘러 앉혀 놓고 식혀요.
** 금요일: 만두도 만들어 보입시더.
수요일 오후에 중력분 밀가루 6kg을 물 아주 조금 섞고 포도씨유 큰 1 큰 술, 계란 흰자 2 개 섞어 멍울멍울하게 치대놓았어요.
거의 물기 먹은 기색 없다시피한 반죽을 (그래야 성공합니다!) 다라에 담고 오가며 한 번 씩 치댑니다.
반죽의 원시적 형태가 갖춰지면 튼튼한 비닐 봉지에 넣고 오가며 몇 대씩 쥐어박기도 하고 줘패기도 합니다,^^
가끔 이 녀석은 제 발 아래 엎드려 밟히기도 하지요.
냉장고에서 서서히 숙성시키며 생각나면 꺼내어 학대를 합니다.
물기 없이 짠 두부, 다져서 양념해 볶은 쇠고기, 데친 숙주나물, 다져서 꼭 짠 신 김치, 양파 다진 것, 파 다진 것,
계란 몇 개 4 `5 개 깨뜨려 넣고 소금, 후추, 깨소금, 고춧가루 조금, 참기름 넣고 섞은 만두속이래요.
최대한 물기 없이 만드는 것이 관건이랍니다.
만두속 만들기 위해 판 벌려 놓았습니다.
준비하다 보니 사진 찍는 걸 잊고 후딱 섞어버렸었어요. ^^
본격적으로 만두 빚기 위해 한 판 벌였지요.
오른쪽 위, 반죽 가래 보이시지요?
맨 윗 줄 가운데 두 개는 제가 만든 것입니다,ㅎ
잘 숙성된 만두반죽이 얼마나 물기가 없는지 치대고 밟고 해서
가래떡형태까지 만드느라 손마디가 퉁퉁 부었습니다,흑흑...
손 석봉의 엄니는 밀가루 가래를 썰고...^^
가래를 만두피 하나의 분량만큼 썰어 손바닥으로 살짝 비틀며 눌러 일단 둥그렇게 만듭니다.
그 다음, 밀대로 골고루 밀어 얇고 동그란 만두피 완성!
23 년 전, 파리의 '까르푸'(아마도...)에서 사온 영국제 접시 중 마지막 멤버입니다.
빚어놓은 만두피 쫙 돌려놓고 한 장 씩 떼어 만두속을 감쌉니다.
마르면 안 되니 비닐 한 장 대충 덮어놓고 사용하지요.
횡성 한우 앞사골 하나 3 탕까지 끓여 섞고,
'알스지' (혹은 도가니) 만 오천원 어치 넣고 끓여
치맛살 4 근 육수 낸 국물과 섞어 만두국 국물 만들어요.
남으면 우유팩에 넣어 냉동 보관해서 쓰지요.
요즘은 아빠 닮아 '국물돼지'인 상윤이 때문에 절대로 남는 불상사가 없습니다,ㅎ
** 토요일: 빈대떡만 부치면 굵은 일은 끝납니더.
금요일 밤, 조선녹두 한 되 반을 물 조금 붓고 후다닥 2 번 정도 씻어 조리로 일어요.
조선녹두는 녹두알 크기의 돌이 몇 개 나오지만 중국녹두는 모래가 나온답니다.
정수한 물을 일어 놓은 녹두의 2~2,5배 부어 놓습니다.
다음 날 아침 되면 통통하게 불어있고,
건질 때 녹두 불린 국물은 따로 받아 놓습니다(!!중요!!).
그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녹두를 갈거든요.
그래야 단맛이 빠지지 않아요. 녹두를 쌀 씻듯 벅벅 씻으면 단물 다 빠져요.
녹두 갈 때도 물을 아주 조금씩 부어가며 해야 되는 것 아시지요?
전 물을 전혀 따로 섞지 않고 녹두 간 것으로만 반죽한답니다.
쌀가루도 섞지 않구요...부치기 힘들긴 해도 아주 보드랍게 입에서 퍼지는 느낌을 즐기려구요.
전기맷돌(역할을 하는 기계지요. .^^)로 갈아놓은 녹두입니다.
배릿하면서도 끝맛은 고소합니다.
왼쪽은 돼지고기 안심, 데친 숙주나물, 양파 다진 것, 고사리, 신김치,다진 파를 섞어 녹두 간 것으로 반죽한 빈대떡 반죽입니다.
숙주나물과 고사리는 나물을 무쳐서, 신김치는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미리 양념해서 놓은 것.
오른쪽 끝, 스텐레스 쟁반에 담겨진 하얀 고체의 정체는?
돼지비계로 기름 낸 것입니다.
저희집 빈대떡 준비의 1 단계이지요.
껍질 없는 돼지비계 다진 것을 두꺼운 냄비에 넣고 약한 불로 뭉긋하게 조리면 기름이 위로 올라오지요.
그것을 떠모아 식혀 밀봉해 놓았다가 빈대떡 기름으로 씁니다.
주택에 살 때 돼지 비계 기름을 내면 동네 개들이 환장을 했답니다,^^
기름 뺀 비계로 개들이 잔치를 벌였구요.
빈대떡 부치는 현장...
부쳐서 채반에 담아 식히는 빈대떡입니다.
가운데 커다란 것들은 두툼한 것 좋아하시는 아버님 드시도록 주문제작한 것이지요.
큰 것 20여 장 부치고 나면 시간이 엄청 흘러 있답니다.
알큰한 풋고추 섞은 밀가루 느타리야채전, 새송이버섯전, 김치오색산적은 구색으로 곁들이고
대구전은 사진 찍을 여력도 없었답니다.
정식으로 한 상 차려 올려야 하는데,
음식하는 과정만 조잘조잘 늘어 놓았네요,호호.
추석을 너무 멀리 보내기 전에 그림 올리려
졸린 눈 부릅뜨고 하다보니 미진한 부분 많지만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고
맛나게 흠향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