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 회 사랑과 영혼의 노래... 새 노래로 영혼에 사랑을 채우다...
매주 화요일 저녁이면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종로구 청운동 '새사람 교회'...
상윤이와 부모님을 모시고 '새사람 교회'에서 열리는 화요 성경공부에 나간지 한 달이 되어간다.
항상 잠이 모자라서 예배시간에 수없이 목사님께 절만 하다가 오던 한심한 교인이었던 이 사람...
자장가 처럼 조용하고 따뜻한 목사님의 음성이 커다란 피쳐의 새콤달콤한 레모네이드 같이 나를 깨워
또박또박 뇌리에 박힌다.
내가 그리스도인으로 살아온 나날 중 어느 하루가 이만큼 기다려 졌는지 기억할 수 없을 정도이다.
지난 반 년여..
말씀에 갈급하고 심령이 빈한해 무척 힘든 시간이 겹쳐 지나감에도 불구하고
인쇄된 말씀은 내게 의미를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스쳐갔다.
주일예배를 드리러 간 첫 날,
김 중기 목사님의 '욥기 이야기' CD를 구입해서 듣기 시작했고
이 십년 만에 비로소 욥의 고난을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예전에..
'욥'을 생각하면 화부터 났다.
어찌하여 하나님께서 그토록 사랑하시던 자녀를 사단과의 내기에 세우셨을까..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기에 더욱 어려웠다.
어쩌면.. 아무런 이유 없이 장애를 가진 아이를 품게 되어
나도 모르게 욥과 자신의 처지를 비교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욥기 하면 떠오르는 장면 하나!
욥의 세 친구들이 위로차 그를 찾아 갔을 때
재 가운데 주저앉아 악창으로 엉망이 된 몸을 긁고 있던 것.
그림도 선명하게 머릿속에서 필름이 돌아갔다.
그리고 그 옆에 앉아 있는 나...
아직도 열 개의 테이프 중에서 절반 정도 밖에 듣지 못 했지만
욥의 고난이 축복으로 바뀌어 가는 길 위에 나도 함께 걷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요즘 내가 잘 되뇌는 말이 있다.
'뭐..그래도 내 아픔은 욥의 것에 비하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니지,ㅎ..'
10 월 7 일... 화요 성경공부 시간에
시부모님과 친정어머니, 그리고 상윤이를 태우고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열린 '제 17 회 사랑와 영혼의 노래' 공연을 보러 갔다.
특별히 이번 공연은 탈북자와 장애인들, 다문화 가정을 돕기 위한 것이기에
더 의미가 깊었다.
우리 좌석은 1 층 C 1 열과 2 열에 있었다.
상윤이와 나는 맨 앞에 앉아 연주하는 분들의 속눈썹이 움직이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
첼로를 사무치도록 사랑하는 내 눈 앞에
첼리스트 '양 성원'씨가 앉아 첼로의 엔드핀을 나무연주대 위에 얹을 때부터
나는 두 손을 가슴에 얹은 채 숨을 죽였다.
활털이 현을 부벼 음악을 잣기 전 내는 미세한 마찰음까지 들을 수 있던 영광...
그가 연주하는 막스 브루흐(Max Bruch)의 '콜 니드라이( Kol Nidrei- 신의 날)'Op.47...
하도 들어 머릿속에서 연주를 할 수도 있을 곡...
처음 그 곡을 만났을 때부터 가슴 저변을 훑어내리던 저음의 유려함이
1697 년 산 '지오반니 그란치노'를 연주하는 그의 손 끝을 거쳐
나의 세계로 폭포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한.. 음, 한... 음, 따라가며,
내가 그가 되고, 내가 '지오반니 그란치노'가 되고, 내가 '콜 니드라이'가 되고...
그가 숨을 쉬지 않았더라면 정녕 질식하고 말았으리라.
거짓말 처럼 눈가가 젖어들었다.
'신의 날'이라는 의미가 한 마디 설명도 없이 가슴으로 번져오고
비로소 이 '사랑와 영혼의 노래'의 레퍼토리에 이 곡을 넣은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어진 차이콥스키의 로코코 바리에이션(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Op.33에서는
분위기를 바꿔 프랑스의 로코코 양식의 문양을 연상시키는 복잡한 화려함을 변주로 보여주었다.
테너 '강 무림' 님과 바리톤 '양 재무' 님, 메조 소프라노 '김 지선' 님의 연주도 환상적이었다.
생상의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를 훌륭한 불어로 연주하는 '김 지선'님의 윤기 넘치는 음성도 Brava!
(극히 일부지만 따라 부르기도 했고..)
작곡가 '이 영조' 님께서 특별히 이 연주회를 위해 쓰신 합창곡들은
감동의 극을 향해 달렸다.
'예수는 내 삶의 주인'을 새 사람 연합 합창단과 함께 부를 때
또 한번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물기로 흐려진 시야에 조금 낯익은 얼굴이 들어왔다.
고 3 이라고 내게 알려주던 발달장애를 가진 청년...
이름도 모르는 그가 합창단의 맨 뒷 줄 중앙에서 누구보다 크게 찬양을 돌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 넘치던 기쁨을 잊을 수 가 없다.
내년에는 상윤이도 그의 옆에서 함께 영광의 찬송을 부를 거라 그려보면서
끝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날 밤, 내 영혼에는 사랑이 범람하였고
내 삶에는 새 주인이 찾아오셨다.
항상 주인이라 생각해왔지만 내가 마음을 완전히 허락하지 않았던 분...
그분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 자리를 절대로 내놓지 않으려던 고집불통, 나...
그가 나를 녹여 새사람으로 다시 빚어내시길 간절히, 간절히 기도드린다.
첼리스트 양 성원과 그의 1697 년산 '지오반니 그란치노'...
제 17회 사랑과 영혼의 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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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th Song of Love & Hear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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