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를 위하여..For Victoria...

숲... 산.... 그리고 쉼.......열 아홉 살 묵은 체증을 비우다.

슈퍼맘빅토리아 2008. 11. 17. 23:02

 

 

 

 

<소크라테스 선생님의 사진입니다.)

 

 

 

 

 

11 월 19 일 수요일,

아들을 데리고 길을 떠납니다.

접는 자전거, 등산화, 그리고 두툼한 옷가지,

숲과 산과 길에 어우러질 CD 몇 장,

전화도, 무선 설렁줄도 터지지 않을 적요한 산속의 밤을 달랠 책 몇 권,

내년이면 작별을 고할 애마에 올라 타고 길을 떠날 겁니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산', '숲', 그리고 '쉼'입니다.

제 옛 남자친구와의 고래심줄보다 더 질긴, 다섯 성상의 緣을

'결혼'이란 단어에 비끌어 맨 후

19 년만에 스스로 찾은 시간입니다.

 

정선 부근에 있는 깊은 휴양림에서 두 밤을 보내고

'기림산방'이란 곳으로 움직일 계획입니다.

물론...마지막 순간에 더 투명한 바람이 부는 곳으로 발길을 돌릴 수도 있지요.

 

열어 놓고 다니렵니다.

마음도 열고,

가슴도 열고,

주머니도 열고,

정처 또한 열어

가장  평안하게 쉴 수 있는 따뜻한 방에서 밤을 보낼 겁니다.

 

허리 꺾어져 내리막을 향해 터덜거리며 가는 삶이아니라

여태 살아온 것 만큼의 시간을 시작하는 후반의 삶을 위한 정점에서

아들과, 딸과, 제 곁을 지키는 소중한 이와의 만남을 돌이켜 보고 싶습니다.

 종종거리며 뛰어다니던 잰걸음에 추를 달아

너그러움을  회복해야지요.

 

날씨가 갑자기 싸늘해져서 더욱 행복합니다.

깊은 새바(!)의  시리고 선명한 대기를 폐부 깊숙히 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돌아올 즈음이면  지쳐 늘어진 정신 또한 맑음을 되찾겠지요. 

 

커다란 상자 속에 가득 담긴

 가슴 싸아한 초겨울 산 향기가 택배로 배달되면

보낸 이를 짐작하시겠지요?

 

무사히 다녀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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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이 말로 우리집은 '닭장'이랍니다.

닭살스런(에고..요즘 아이들 용어입니다.ㅎㅎ) 부모를 둬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