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살기..

국화빵, 고운 언니...'풀빵 굽는 여자' ...

슈퍼맘빅토리아 2009. 4. 30. 01:12

 

<< 풀빵 굽는 여자 >>

 

                               - 김 용만 -

 

리어카 안 좁은 공간

남루한 옷매무시의 그녀

오늘도 변함없이 밀가루반죽을 한다

 

냉랭한 빌딩 숲속 도심 한 켠

그녀의 짜디짠 삶을 닮은 듯한

잔뜩 일그러진 주전자가 쏟아내는

물컹물컹한 반죽 중심에 팥소를 놓는다

 

한껏, 달아오른 빵틀 속에서

허기처럼 식어가는 그녀의 일상이

향굿한 황금빛으로 익어가고

바쁜 발걸음 소리, 높이는 목청

간간이 섞이며 식어가는 도시가 구어진다

 

해질녘, 가슴에 봉지를 품고

저마다 서두른 귀가만큼 텅 빈 반죽통

때로는 나를 비운다는 것이

누군가를 향해 뜨거워지는 것인가

 

통째로 햇빛을 비워낸 도시에

대낮보다 환한 밤이 밝혀지고

엿가락처럼 늘어진 네온빛을 따라구르는 리어카

안쓰런 듯 찬 바람이 부지런히 뒤를 밀어줄 때

형형색색 물든 그녀의 머리카락이 날린다

 

 

김 용만씨는 우리 부서에서 근무한다.

나이 오십에 지금 대학을 다닌다. 공칠학번이고 문창과를 다닌다.

어쩌다 현장을 돌다보면 나를 불러 시문집을 한 권씩 준다.

선배 중에는 등단한 시인이 더러 있으니 어쩌면 김 용만씨도 등단을 꿈꿀지도 모른다.

열심히 하는 그 모습이 아름답다.

한껏 달아오른 빵틀에서 황금빛 잉어 튀어나오듯

황금빛 시가 튀어나오길 기대한다.  ( 파란 글을 쓰시는 JOOFE님 말씀 )

 

- JOOFE님께서 올리신 글을 모셔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 국화빵. 고운 언니... >>

 

사는 동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꽤 큰 규모의 수산시장이 있다.

싱싱한 해물을 즐기시는 부모님을 모시고 산 이후로 

일 주일에 두어 번 그곳으로 장을 보러 다닌지 8 년이 넘었다..

월드컵 공원 옆에 바로 붙어있어 내가 장을 볼 동안

아들은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나를 따라다니며 낯을 익힌 시장분들과 인사도 나눈다.

가끔씩 단골과일가게에서는 그가 좋아하는 오렌지를 선물로 받기도 한다.

 

남달리 하늘로 불쑥 치솟은 '기럭지' 때문에 우리 모자는 가는 곳마다 눈에 띄어

쓰레기를 몰래 버린다거나, 퉁명스럽게 말을 하는 정도의 사소한 잘못도 하기 힘들다.

한 번 보면 거의 자동입력 되어버리니..힘든 노릇이다..ㅎㅎ

외압에 의해 착하게 살 수 밖에 없다..에휴..

 

시장 입구..

사람과 바람이 함께 드나드는 통로를 그녀가 지킨다.

담배도 팔고, 음료수와 뜨거운 커피, 여름에는 냉커피, 직접 만든 식혜도 판다.

허나 가장 빛나는 것은,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이후부터 

위로 올라가려 고집 한 번 피우지 않은 착한 가격의 토스트와 황금빛 국화빵이다.

계란에 갖은 야채를 넣고 커다란 오믈렛을 만들어 마아가린 듬뿍 둘러 노릇하게 구워낸 식빵 사이에 넣고

반을 접어 종이컵에 담아주는 토스트가 천 원!

황금빛 국화꽃 여섯 개가 천 원!

천 원짜리의 가치가 땅바닥에 패대기쳐져

가여운 우리의 아이들은 천 원 한 장으로 제대로 단 맛을 내는 과자 한 봉지 사먹기도 힘든 실정인데...

시장기를 꽤 달래줄 가벼운 끼니가 단돈 천 원이다..

엿기름 듬뿍 넣어 맛을 낸 식혜도 한 그릇에 천 원.. 뜨거운 커피는 오백 원이다..ㅎㅎ

천 원짜리 지폐가 제 얼굴의 가치만큼 뽐내는 곳이다..

 

언젠가 그녀에게 물었다..원가가 천 원을 육박하기 전에는 올릴 생각이 없다 한다..

그녀의 토스트가 천 오백원이 되는 날..아마도 금융대란이 일어날 듯하다..

 

시장에 갈 때마다 나는 그녀에게서 커피를 사마시고..자잘한 일상을 나눈다..

팔 년전, 멀쩡하니 생겨서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듣는 아들을 보고 

그녀는...너무 아깝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후 나만 보면 '애쓴다', '잘 한다', '아들 많이 의젓해졌다'며 희망과 위로를 건넨다.

 

그녀는 손주손녀를 여럿 두었음에도 아주 곱고 예쁘다..

손님들 앞에 나선다며

 진달래 고운 빛 립스틱을 항상 바르고 푸른 아이섀도우의 터치도 빼놓지 않으신다.

그녀는 철학자이다.

박스 조각 위에 쓱쓱 그녀의 철학을 펼친다..

 

어느 날..완전히 배를 잡고 뒹군 적이 있었다..

'담배를 피지 맙시다..내맘이다..왜?'

하도 '금연', '금연 '떠드니까 골초 아저씨들이 투덜거린 모양이다..

대변인인 언니가 용감무쌍하게 써붙인 글이다.

어제... JOOFE님께 '국화빵 언니'의 철학을 보여드리려 카메라를 들고 시장에 갔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카메라를 들이대니 이쁘게 웃어주신다.

그런데 '담배'코너가 어쩐지 허전해서 들여다 보니, 그녀의 철학노트가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이유를 묻는 내게.

'담배 안 피우는 사람들이 하도 뭐라고 해서 띄어버렸지, 뭐..근데 재미있었으면 다시 써서 붙일까?'라신다.

 

수산시장에 갈 때면 항상 카메라를 챙겨야겠다..

그녀의 철학노트가 돌아오는 날...반드시 사진으로, 그녀의 추억으로 남겨야겠기에..

돌아오는 길에 내게 한 마디 붙인다.

'운전하면서 국화빵 먹지마~ 팥이 너무 뜨거워서 입술 디어~'...

8 년전, 국화빵과 만나자마자 덥썩 베어물었던 내 아랫입술에 커다란 물집으로 남았던 쓰라린 추억이 되살아나

푸하핫..웃고 말았다..

너무도 사랑스런 그녀..

 

 ** '말이지...행복이란..전염되는 거야..ㅋ'

 

 

 

ㅡ 時의 내면을 열어 깨쳐주시는 JOOFE님께 이 글을 헌정합니다..

         그리고 뜨거운국화빵도 드립니다...

               운전하면서 드시지 마세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