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다...'연두'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어..
삼청동...
정독 도서관 올라가는 길 맞은 편에 '연두'라는 고운 이름의 커피집...
맛있기로 꽤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곳.
나는 이곳에서 에디오피아 산 'Yirgacheffe','예가체프', 혹은 '이르카체페'를 마신다.
비가 많이 내린다...'연두'로 달려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어...
.. 거대 병원의 진료대기실,
딱딱하지만 기능적인 의자에 앉아
어머님의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간절히 바란다.
<< 아프리카의 꽃 예가체프 입니다. 흔히, 커피는 구수한 향기와 쓴맛을 가진 것이라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커피는 그 보다 휠씬 많은 맛과 향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로스팅한 예가체프는 이디오피아 커피로 커피향을 맡는 순간 마치 화원(꽃밭)에 들어온 느낌을 가지는 그런 커피입니다.
향수를 만들기 위해 꽃잎을 따고 이를 잘 말려서 그 향기를 담아내는 향수같이 예가체프에는 꽃으로 만든 향수를 넣은 듯합니다.
그 향기는 커피를 갈때부터 시작하여 드립하는 순간 온 방안을 가득 채우고,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 가시지 않습니다.
커피의 맛은 부드럽고 투명한 부르고뉴 와인을 마시는 듯합니다.
짙은 꽃 향기와 부르고뉴 와인의 맛을 가진 예가체프는 커피의 새로운 커피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
- 출처: 다음 카페 '티 샷', 글쓴이는 'coffee tree'님.. -
예가체프 커피콩 열매 , 생두, 예가쳬프 지역의 커피나무 (다음 이미지 검색에서 찾아냈습니다..^^*)
길 건너로 달려가 담은 '연두' 앞모습..
그곳의 음악도 나름대로 유명하다..
옆자리에 단체로 앉으신 학생 여러분들의 수다에 가려 장르조차 구별할 수 없었던 그날..아쉽게도..
그러나 '연두'는 조용한 날이 별로 없는 듯..
매킨토쉬 전축, 탄노이 스피커...일상으로 버티는 추억의 단면...
탐나더 군..( 청갈매기님께서 알려주셔서 고칩니다..감사합니다, 현자 갈매기님..^^)
주인장의 CD 컬렉션..
쌓아놓은 CD들이 모두 복사 떠온 것들...그 혹은 그녀는 음악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다..
자잘한 글씨로 일일이 내용을 써놓은 것을 보면...
한동안 나의 모습 또한 그러했으니..하하
동질감에서 더 반가웠다..주로 Jazz..
연두 컬렉션.
또 연두 컬렉션..원목 데크 또한 다정하다..
턴테이블..그리고 LP들...
가끔씩 면도날 처럼 날카로운 CD의 냉정한 정확함보다
두루뭉술하고 모서리가 무디어진 LP의 소리가 그립다..
'판'을 돌리다 보면 바늘이 튀어 불세출의 명 가수들도 거듭 실수를 하게 만드는 장난꾸러기..
비 내리는 소리도 더러 섞인다...지지지...
내 아버지의 보물은 파이오니어 앰프(Pioneer amplifier)와 아카이 릴 녹음기(AKAI reel tape recorder) ..
시내에 있는 음악사에 가셔서 클래식 명곡들을 녹음해오시곤 했다..
명절이나 생일이 되면 마이크 잡고 온 식구가 돌아가며 한 마디씩 각오를 다지기도 하고
아이들은 노래도 한 곡씩 뽑기도 했다..
몇 년이 지난 후 중학생이 되었을 때 아버지는 녹음기를 틀 권한을 내게만 허락하셨다.
돌아가는 릴을 따라 내게도 낯선 유년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면 양팔에 자잘한 소름이 돋곤 했다.
오 년전..아버지는 가보처럼 거실을 지키며 끝까지 버텨오던 AKAI를 버리셨다..
어느 날 친정에 가서 부재를 확인한 순간, 목젖이 내려앉는 허전함에 아버지께 여쭈었다..
'릴은 예?-해석: 릴은 어떻게 되었어요?' ...내가 묻고,
'느그도 다 늙었는데 그기 무슨 소용이 있노..다 치아삐릿다..해석: 치워버렸다..' ..아버지께서 답하고 돌아앉으셨다.
이렇게 이별연습을 하시는 건 아닐까..
압화로 군데군데 장식하고 바니쉬를 칠한 테이블..
이들이 주인공인데...너무 오래 기다리게 만들어서 미안...
다 식었겠다..ㅎㅎ
예가체프 ..그리고 따라나오는 '티라미수'와 ''쵸컬릿' 케익..
사랑한다..얘들아..고마워..나의 우울을 잠시라도 덜어주어서..
마란츠 전축 옆에 서있는 스탠드...그리고 이젤..
집으로 가는 길에 미련이 남아 다시 한 번 얼굴을 마주하다..
기다려..다음 주에 사랑하는 언니와 함께 갈게.. *^_^*
'연두'...떠올리며 글을 쓰는 시간조차 행복하다..
그런데 정작 연두 색 소품은..있었던가?
'연한 커피 콩'이란 뜻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