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도령의 홀로서기 프로젝트'..1탄, 카레 만들기...2010년 4월3일.
시간도.. 마음도.. 진중하게 글 쓸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 요즘...
아들 혼자서 카레 라이스를 만든 사진들을 업로드시켜놓은 지 어언 삼 주가 지났다.
얼마나 맛있게 만들었던지 병원에 계시는 어머니께서도 맛을 보시더니
'우리 상윤이가 간도 잘 맞추지..ㅎㅎㅎ'
연신 벙싯거리시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4월 3일 토요일, 저녁을 먹은 후 대략 2 시간 계획을 하고 벌인 일이 세 시간을 꽉 채워 마무리되었다.
더디지만, 따박따박 원칙을 고수하는 아들이 자랑스럽다.
(얘야..엄마도 새댁 시절엔 하루 종일 저녁밥 준비했단다..ㅎㅎ
그래도 너는 엄마보다 훨씬 진화된 인간임에 틀림없다.)
아들의 보물창고인 '무지개 공책'에 요리과정을 써보라 했더니...
이렇게 써내려 간다.
대견한지고...!!
역시 '교육'의 힘이다.
학교 수업에 지장이 있어 간간이 쉬기도 했지만,
작년 6월말부터 요리학원에 다니다 보니
'A4'용지에 출력한 레시피을 보고 요리하는 일에 익숙해진 아들...
번호를 척척 매겨가며 일사천리로 써내려 간다.
끝부분의 '그럼 이제 완성이다'에서 파안대소하는 맹구엄마..!
카레를 다 만들고 난 후 잠시 컴퓨터에 앉아 있더니
A4용지에 위의 레시피를 출력해서 들고 나온다....!!!
얼른 스캔해서 이곳에 붙여 넣었다.
점점 뿌듯해지는 어미의 가슴...
냉장고에서 카레 만들기에 필요한 모든 재료를 꺼내 놓고... 일단 당근을 씻는다.
채칼로 당근 껍질을 벗기는 중.
손을 다칠 세라 조심조심...
절대 덤벙대지 않는 차분한 도령이다.
이 칼은 십 년 째 우리의 주방을 지키는 독일제 쌍둥이표 식칼...
나의 절친이다.
아들에게도 꼭 같은 브랜드로 하나 선물할 계획이다.
당근 썰고..깍둑썰기..
아들의 손끝을 보라...
이제는 손끝을 가지런히 오무려 재료를 붙잡는 것이 완전히 몸에 익었다.
나는 '기초튼튼'을 일생의 모토로 삼는 사람이라
자세를 무척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집 카레에는 호박이 꼭 들어간다.
표고가 흔할 철에는 표고버섯도 넣고, 한여름에 입맛이 없을 때는 청량고추도 두 개쯤 썰어 넣어 칼칼하게 만든다.
감자는 조금 크게 썰고..
새송이 버섯과 느타리 버섯도 썰고...
양송이 버섯이 들어가면 맛이 더 좋은데, 요즘은 질좋은 양송이 버섯이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각각의 재료들을 썰어 쟁반에 담는다.
이것 또한 요리의 기본으로 아들에게 훈련을 시켰다.
달아오른 냄비에 카놀라유(포도씨유..참기름을 두르면 더 맛있다.)를 두르고 고기를 볶아서 그릇에 담아놓는다.
단단한 순서 대로 야채를 볶는다.
당근 먼저, 양파, 감자, 호박 순으로...
살짝 볶다가 소금으로 밑간하고..
감자의 전분 때문에 바닥에 눋지 않도록 잘 저으며 볶는다.
야채가 반쯤 익으면 미리 끓여 놓은 물을 부어 뚜껑을 닫고 끓을 때 까지 기다렸다가
끓으면 약불로 낮춰 야채가 70 %정도 익을 때까지 끓인다.
뽀얗고 달착지근한 국물이 우러날 때까지..
버섯을 넣고 뚜껑을 닫는다.
강황이 더 많이 들어간 오뚜* 백세 카레 '약간 매운 맛'을 쓴다.
한때 일본산 고형카레(바몬드 카레..)도 즐겨썼는데, 기름기가 많고 색깔이 거뭇한 특징이 있다.
따로 물에 개지 않아도 될만큼 카레가루 역시 진화를 했다.
카레가루를 풀고 끓이다 미리 볶아둔 고기를 넣는다.
처음부터 고기를 넣고 끓이려면 고기를 조금 크게 썰어야 하는데
부모님들이 씹는 것을 그리 즐기지 않으셔서 잘게 썰다 보니
고기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마지막 단계에 넣어야 한다.
'이제 드디어 완성이다'..라는 아들의 말씀..
간단한 요리라 할 지라도 아들이 혼자서 만든 것이라
그의 알뜰한 정성을 우리 가족은 먹는 것이다.
남편과 아이들이 카레를 워낙 좋아해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커다란 냄비에 끓이곤 했는데
부모님께서 '강황'이 치매예방에 일조를 한다는 TV방송을 보신 이후
주일 아침에는 꼭 카레라이스를 드신다.
(딸아이는 질린다며 가끔씩 카레를 뺀 밥만 먹는데,
오빠가 한 카레라이스는 한 그릇을 먹고 더 달라고 했다..ㅎㅎ)
아들이 차린 카레라이스!! 그만의 온전한 첫번째 작품이다.
설거지를 하려고 밥통을 열어보니 밥을 다 푼 솥에 어느새 물을 담아 놓았다.
지나가는 말로 '밥을 다 푸고 나면 솥을 불려 놓아야 한다' 했더니
바로 기억했다 실천하는 아들...
오늘도 고슴도치 엄마는 '카레 만들기 중계'를 했는지, '아들 자랑질'을 했는지
구분도 없이 조잘거리고 있다.
이번 주말에도 아들에게 카레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할 계획이다.
궁금해서 안달이 나더라도 한 마디 잔소리도 않고 지켜보고만 있어야지...마음을 다진다.
'부엌도령의 홀로서기 프로젝트'... 이제 막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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