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만의..On My Own...

미명의 적막과 고독을...

by 슈퍼맘빅토리아 2009. 3. 3.

가끔씩 소스라치게 놀란다.

방에서 잠자고 있음이 분명한 아이에게서 낯선 기척이 느껴진다.

환청일까..

귀에 익지 않은 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아이의 방문에 귀를 대본다.

유난히 잠귀가 밝고 옅은 잠을 자는 아이이기에

아무리 조심스레 여는 문소리에도 눈쌀을 찌푸리거나 뒤척이곤 한다.

 

다시 적요하다.

컴퓨터가 숨을 쉬며 내뱉는  '쉬이이...' 소리뿐..

미명의 고독과 적막을 사랑한다.

세상에 지금 나는 혼자다.

혼자이고 싶어 굳이 길을 나설  필요도 없고..

내게는 떠날 길도 없다.

 

길도 아닌, 길도 없는 길을 아이와 함께 걸어왔다.

내가 발을 옮기면 그것은 바로 길이 되었다.

맨발에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

사방 돋은 가시에 몸을 긁히면서도,

나는 내가 길이라 생각한 것을 걸었다.

 

'두려움'이란 단어는 가슴속 서랍장 속 깊이 넣어두고

어쩌다 한번씩 꺼내들어 먼지를 털고는 다시 접어넣곤 했다.

또 다시 손을 집어넣을 것이 두..려..워...커다란 자물쇠로 든든히 채워 놓았다.

자물쇠..그것은 때로 '희망'이란 이름을 이마에 걸기도 했지만

 주로 '기도'라는 강한 브랜드였다.

 

무장이 해제되어 간다.

내 단단하고 매서운 껍질이 한켜한켜 벗겨지고

그 안에 웅크린 연약하고 보드라운 나의 본질이 드러난다.

본디 나는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십 년 가까이 '어미'라는 이름으로 나를 에워쌌던 불패의 방패와 날선 창검들이 떨어져 나간다.

그것들의 도움으로 버틸 수 있었던 시간은 어쩌면 허상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승리한다는 꿈을 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부질없다...

 

내 눈 앞의 창 가득 햇살이 펼쳐질 때

나는 다시 태어날 것이다.

짧지만 강렬하리만큼 깊은 몇 시간의 수면이

나를 치유하리라..

나는 반드시 다시 태어나, 일어나

오늘의 일용할 양식을 준비할 것이다..

나는 '어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