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se en demeure 1 ' by 'Socrates'
한 사람의 나무 그림자
이 병률 '바람의 사생활', p 42~43
눈 그친 깊은 밤 산사에서였다
새는 울고 마음은 더욱 허전하여 창호 바깥의 달빛을
가늠해보다 인기척에 눈을 비볐다
옆방에 묵던 수행자가 내방 앞에 서서 달빛을 가로막
고 있었다
저물 무렵 마주친 앙상한 눈빛이 떠올랐다
그림자는 먼 곳을 향해 서서 부르르 몸을 떨더니 하나
둘 옷을 벗어 허공으로 던지는 듯하였다
그림자는 푸르륵푸르륵 소리를 내며 나무에 올라앉아
신산스럽게 흔들리는 듯하였다
잠시 정적이 더 깊어진 듯도 달빛이 진해진 듯도 하였다
문 열고 마루에 서서 사방을 더듬다 어디론가 이어진
발자국을 보았으나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내가 그 빈방으로 들어가 잠시 누워봤다는 것을
아마도 불을 봤으리라
한번 등을 보이면 다시는 돌이키지 못할 만경창파의
연(緣)이 있음도 알았으리라
아마도 그 일로 짜게 울다 갔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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