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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를 위하여..For Victoria...

한 사람의 나무 그림자.. 이 병률

by 슈퍼맘빅토리아 2009. 1. 4.

 

 

 

 

                                                               ' mise en demeure 1 ' by  'Socrates'

 

 

 

                                                      한 사람의 나무 그림자

 

                                                                                        이 병률 '바람의 사생활',  p 42~43

 

 

 

  눈 그친 깊은 밤 산사에서였다

  새는 울고 마음은 더욱 허전하여 창호 바깥의 달빛을

가늠해보다 인기척에 눈을 비볐다

  옆방에 묵던 수행자가 내방 앞에 서서 달빛을 가로막

고 있었다

  저물 무렵 마주친 앙상한 눈빛이 떠올랐다

 

 

  그림자는 먼 곳을 향해 서서 부르르 몸을 떨더니 하나

둘 옷을 벗어 허공으로 던지는 듯하였다

  그림자는 푸르륵푸르륵 소리를 내며 나무에 올라앉아

신산스럽게 흔들리는 듯하였다

 잠시 정적이 더 깊어진 듯도 달빛이 진해진 듯도 하였다

 문 열고 마루에 서서 사방을 더듬다 어디론가 이어진

발자국을 보았으나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내가 그 빈방으로 들어가 잠시 누워봤다는 것을

 

 

 아마도 불을 봤으리라

 한번 등을 보이면 다시는 돌이키지 못할 만경창파의

연(緣)이 있음도 알았으리라

  아마도 그 일로 짜게 울다 갔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