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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살기..

<<정월 대보름>>...달은 숨었지만 상은 차렸답니다.

by 슈퍼맘빅토리아 2009. 2. 9.

올해도 어김없이 정월대보름날이 돌아왔습니다.

휘영청..밝고 둥근 달을 기다렸던 마음에 상처를 조금 입었지만,

지금이라도 희고 고운 얼굴 한 번 내밀어주시길 바라며

자정을 기다립니다.

 

작년 7 월 아파트로 이사오기 전까지 만 7 년간을 산 중턱의 주택에서 살았지요.

이층을 통해 올라가야 닿을 수 있는 꽁꽁 숨겨 놓은 밭도 있고,

'순자'라는 이름을 가진 아주 영민한 진돗개의 머언 친척뻘 되는 개도 한 마리 키우고,

뒷산에 예전에는 밤나무가 지천이었기에 아직도 지네가 심심찮게 출몰하고,

가을이면 시퍼런 비닐 포대로 수십 자루의 은행잎과 낙엽을 쓸어담느라 양팔이 무너지고,

뒷산에서 퍼다 심은 제비꽃이 마당에 안주하고,

몰래 낙엽을 태우다가 신고받고 출동한 119 대원님들께 혼도 나고,

모과가 얼기 전에 따기 위해 기다란 장대와 씨름하느라 며칠간 몸살을 치르고,

겨울에는 눈이 올까 노심초사 마음 조리게 되고,  끝내 쌓인 눈 쓸다가 낙상한 자리가 아직도 씀벅씀벅한데...

이제는 네모 반듯한 공간에서 보름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작년에 말려놓았던 가지와 호박을 물에 불려놓고,

정선행 때 사왔던 곤드레나물과 취나물을 불려 뜯어놓고,

무나물, 고사리, 피마자 잎, 무청 우거지 나물를 볶았습니다.

오이와 무도  살짝 절여 새콤, 달콤, 매콤하게 무치고,

말린 밤 불려 섞은 오곡찰밥에 미역국을 곁들였답니다.

 

껍질땅콩와 호두, 그리고 생밤으로 작은 부럼상을 차렸어요.

귀밝이술로는 '안동소주'- 지난 12 월, 안동교육청에 출장 갔을 때 선물 받은 것이랍니다-를

차려만 놓았구요.

 

조촐한 보름상 올립니다.

맛있게 드시고, 부스럼 나지마시고, 귀 밝아지시고...

올해.. 지난 일 년보다 훨씬 행복한 한 해 만들어가시기를 기원합니다.

 

 

 

 

 

 

 

 

                                       Bon Appetite !  맛있게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