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들의 요리일기..D's Cooking Diary

아들아....끝물고추로 장아찌 담그자...!!

by 슈퍼맘빅토리아 2009. 10. 28.

해마다 가을걷이가 끝날 이맘때면 붉은 고추가 떠난 자리에

작고 단단하나 맛은 기가 막힌 끝물고추들이 조롱조롱 달려있다.

고춧잎은 훑어서 쩌서 말려 놓고 끝물고추로는 장아찌를 담근다.

봄에 담은 마늘장아찌에서 마늘은 건져서 통에 담아 김치냉장고에 보관하고

마늘향 밴 장물은 끓여서 식힌 다음 빈 간장통에 담아 여름을 난다.

추석 때 빈대떡 찍어먹을 때 실파만 쫑쫑 썰어넣고 양념장으로 상에 올리기도 하고,

매운고추와 양파, 양배추, 무등을 썰어서 병에 담고 마늘장아찌 장물을 부어서 2~3일 익혀서

즉석장아찌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여러 모로 아주 요긴하게 밥상을 도우다가

깊은 가을로 접어들면

고추장아찌 항아리를 채우는 고마운 장물..

 

레시피는 따로 없다...호호

왜간장, 설탕, 식초를 섞어서 적당히 자기의 입맛에 맞추어 붓기만 하면 되는데...

(반드시 끓여서 식힌 물을 섞어야 한다..!!)

매번 양을 제대로 기록해 놓는다면서도

붓다 보면 ,잊어버리고 손가는 대로 하고만다.

살림의 내공이 쌓이다 보니...

'적당히'란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무서운 말을 쉽사리 내뱉게 된다..

나 같이 교과서적이고 원칙에 충실한 사람도 시간이 흐르며 모가 순해져 가나 보다,..라며 애써 변명하고..

 

 

 

올가을엔  이웃 아주머니께서 끝물고추를 구해주셨다.

끝물고추 한 관(4KG)을 친정에서 갖다주셔서 아들과 함께 고추장아찌를 담그기로 했다.

 

 

 

꼭지를 자른 고추 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이번 고추는 껍질이 두텁고 단단해서 끝을 조금 자르기로 했다.

여태 집에서 키운 끝물고추는 작고 볼품이 없어서 바늘 구멍먼 내면 장물이 잘 들어갔는데..

그래도  맛은 환상적이었다.

 

 

이불 꿰매는 바늘로 관통!!

작은 고추는 한쪽만 찔러도 충분하다.

 

 

신이난 아들은 열심히 고추 끝을 자르고 있다.

 

 

장아찌 누르는 돌..

초여름에 오이지 누르고 있던 넘들을 건져내어 씻어서

볕 좋은 여러 날 동안 일광욕을 시켰다.

가운데 있는 못생긴 돌은 예전에 철원에서 내가 주은 것..

살다 보니 요런 것들도 어찌 사랑스러워지는지..

 

 

시집오기 전부터 애용하던 간장..물좋은 마산의 송표 몽* 간장..

빈통에 담았다가 여름을 난 마늘장아찌 장물..

지난 여름 컴퓨터에 벼락 맞는 바람에 날아갔던 사진들 중에

마늘장아찌 담글 때 직은 사진이 있어,

 혹시나.. 복원해온 파일들 뒤져 봤으나
아쉽게도 영영 찾을 수 없겠다..

올해 마늘장아찌는 유난히 맛있어서 아버님께서 하루에 마늘을 서너 통씩 드신다.

두 접(200통)을 담궜지만 이미 반은 먹고 없다..ㅎㅎ

 

 

 

씻어 놓은 고추를 독에 앉힌다.

아들이 커다란 손을 몇 번 움직이니 벌써  다 들어가 앉았다.

 

 

고추 위에 돌을 하나씩  넣어  고추가 장물에 뜨지 않고 고루 잠기게 누를 수 있도록 한다.

 

 

이 정도면 고추 한 마리도 물에 떠오르지 않는다.

 

 

작은댁을 위해 유자차 병에 고추장아찌를 한 병 담아준다.

식구 적은 분들은 유리병에 이렇게 담그면 된다.

 

 

장물을 붓는다..

힘센 아들은 주 툭기인 '원 샷(ONe Shot')을 날린다.. 

 

 

 

얌전하게 눌림당하고 있는 고추들..

 

***그로 부터 보름 후...

 

 

 

 

그동안 두 번, 장물에서 고추를 건져 내고 끓여서 식힌 다음 다시 고추를 앉히고 붓는 과정을 반복했다.

꼭지를 잘라서 장물이 빨리 배어 예년보다 일찍 건지기로 했다.

건지는 시기?

간간이 맛보고, 익었다 싶으면 고추를 건져야 짜지 않게 처음과 같은 맛으로 먹을 수 있다.

 

 

 

 

   고추 한관이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는다.

 

 

 

 

다 건져서 통에 담으니 딱 요만큼이다..

삼삼하게 짜지 않고 맛있게 익은 고추장아찌..

날마다 상에 오르는 단골, 혹은 붙박이 반찬이 될 것이다..

 

어젯밤 아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고추장아찌를 두 개 먹었다.

자신이 담근 것이므로..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