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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이야기..about Daniel

'네 개의 손이 만나면'...개똥벌레가 날고, 폭풍이 인다.

by 슈퍼맘빅토리아 2010. 2. 21.

1월 20일 , 무척 오랜만에 마도원 선생님께 레슨을 받게 되어 아들은 아침부터 들떠있었다.

요리학원에서 '양식조리사 과정' 3 주차에 들어가

다른 친구들이 슬쩍 빠지고 도망가기 일쑤인 '이론 수업'까지 열심히 듣는 상윤이...

요리 수업을 마치자 마자 시간 맞춰 학원에 도착한 나에게 빨리 가자고 재촉했다.

 마도원 선생님께서 자기를 보고싶어하셔서 서둘러야 된다나..호호

 

 어느덧 세상에 나온지 열 여덟 성상(星霜)을 향해 가는 아들의 힘겨운 삶의 구석구석에 마법처럼 나타나는 구원병들...

 나는 그분들을 '선생님'이라 부른다.

심리치료사, 음악치료사, 화가, 플루티스트, 피아니스트, 학습지 선생님, 유치원과 학교 선생님,

물론, 전공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는 동네 아주머니들과 어르신들, 그리고 다정한 이웃들도

 우리 모자에게는 '선생님'의 범주에 들어간다.

 

아들이 35 개월 때 처음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십 년 정도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을 더듬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처럼 '자폐장애'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상황도 아니었고,

관련서적이라든지 도움 받을 수 있는 기관 조차 드문 정도였다 .

하물며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아픔과 기쁨을 나누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그러나 그 막막하고 암담한 현실을 헤쳐나오는 길모퉁이, 모퉁이마다

내게는 작은 기적처럼 여겨지는 만남들이 숨어 있었기에 마냥 절망적으로 여겨지진 않았다.

 

상윤이의 연주 영상을 친구와 친지들께 보여드리기 위해 시작한 블로깅을 통해서 만난 또 한 분의 귀한 선생님이 '마도원 선생님'이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어색한 기운 하나 없이 친구가 되어버린 마 선생님과 아들은 이날도 진지하게 레슨에 임하고,

두 쌍의 손을 모아 '개똥벌레'를 신나게 연주했다.

 

 

 

 

 

 

 

 

 

날 때부터 유난히소리에 민감했고

첫돌 지나면서 동요란 동요의 멜로디는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한 번 들으면 따라하던 상윤이...

말로 지시를 하면 눈길조차 주지않고 달아나기 바빴던 아이에게

좋아하는 동요의 멜로디에 가사를 붙여 숫자도 가르치고 신체부위의 이름도 가르쳤다.

그때는...음악을 각별히 사랑하는 아이로만 알았다.

하지만 20 개월 터울로 동생을 보던 즈음부터 음악에 대한 그의 사랑은 도를 지나쳐 집착으로 변했다.

자나깨나 동요카세트와 동요비디오를 동시에 틀어놓고 잠시라도 소리를 낮추거나 끄면

울고불고 난리를 치기 일쑤여서 진종일 동요를 들을 수 밖에 없었다.

두 아이를 겨우 재우고 두어 시간 남짓 자는 쪽잠..

그곳까지 따라와 환청으로 내 귀를 떠나지 않았던 노래소리..

 

아이의 머릿속에 숨어있는 수많은 음악적 암호들...

그것들이 언젠가 맑은 노래로, 아름다운 연주로 변할 가능성이 내게는 보였다.

다만 어떻게 끌어내어 만들어가야할 지 모를 따름이었다.

지금처럼 아들이 다른 사람들과 대화가 가능하다면 어느 문이라도 불쑥 열고 들어가 감히 들이댈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천방지축의 '일초맨'(집중력 일초..ㅎㅎ)인 아이를 데리고

용감하다 못 해 뻔뻔스럽게 가르침을 부탁하는 어미를 고맙게도 거절하지 않으신 많은 선생님들...

그분들의 땀방울을 양식 삼아 아들은 조금씩, 조금씩 변화되어 갔다.

예전에 상윤이를 가르치느라 황당한 경험을 수없이 겪으신 선생님들이

요즘 아들이 레슨 받는 것을 보시면 기절하시지 않을까.. *^_^*

기분이 안 좋으면 '야,야!'소리지르고, 울면서 뛰쳐 나가고 드러눕던 떼쟁이가

의젓하게 음악적 설명을 들으며 몇 번이고 반복해 연습을 하는 모습을 얼마나 대견해 하실지 모른다.

 

가끔 나는 질문을 받는다.

이렇게 열심히 피아노를 배우고 연습해서 음대 갈 거냐고, 혹은 음악가를 만들 거냐고...

두 가지 모두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다.

내가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친 목적은  아이의 음악적 소질을 개발하기 위한 것과 학습과 재활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

흑백의 건반이 시각적 자극을 주고, 건반을 치는 행위가 대소 근육을 발달시키고 두뇌를 활성화시킨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요리를 하면서 아들이 보이는  손놀림은 피아노를 통해서 더욱 섬세해진 것으로 여겨진다.

악보를 읽고 외우는 행위 또한 수학적 사고와 기억력 개발및 연습에 지대한 역할을 한다고 믿고 있다.

지금 아들은 음악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고, 굳이 말을 하지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친구(음악)을 만난다.

그가 세상을 지나는 동안 영원히  떠나지 않을 동반자로써

음악은 외로운 아들의 손을 잡고 함께 입을 모아 노래를 할 것이다.

 

아들에게 음악을 일깨워 주신 모든 선생님들, 그리고 앞으로 상윤이 만날 선생님들께 무한히 감사하는 마음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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