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백파이프'라 생각했다.
인사동 초입에서 한 이국의 청년이 부는 가죽주머니처럼 생긴 민속악기...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이 이토록 막무가내였던가.
사진을 정리하며 자세히 들여다 보니, 백파이프와는 전혀 다른 외양과 주법..
이럴 줄 알았다면 악기 이름이라도 물어볼 걸 그랬다는 후회가 앞선다.
'한국 장애인 고용공단'으로 향하는 종종걸음을 한참이나 따라오던 통랑한 음빛..
....봄이라 치부해 버리기엔 싸늘함이 지나친 바람 세찬 오후였다.
'여름의 끝자락'..
이순원作 장지에 먹, 수간채색
30호(73 X 91)
'사월바람'님의 작품이다.
http://blog.daum.net/iamwind
겹겹이 입히고 입히고, 또 입혀 세상을 감내한 그분의 참을성 만큼 켜가 깊은 채색이다.
나는 저리 오묘한 발색을 눈으로 빨아들이고 싶었다.
'네비게이션'이란 문명의 이기는 때로 바보스러우리 만큼 고집을 부려 멀리 멀리 돌아서 수원으로 나를 인도했다.
그분의 열정만큼이나 붉은 선홍색 버버리가 무척 잘 어울리는 '바람'님,
그동안 주고 받았던 마음만큼 거리를 전혀 느끼지 못 하고
정담을 나누며 전시장을 느린 걸음으로 돌았다.
매운 동태찜으로 나의 육신과 정신의 허기를 달래주신 '사월바람'님....
어머니처럼 다정하신 모습과 '여자다움'은 내 마음 깊이 자리잡았다.
4월의 첫날, 다시 북한산 자락이다.
진관사를 옆구리에 끼고 북한산으로 올라가다 마주친 외나무 다리.
이미 일면식 있는 그는 쓰러져 누운 한 그루의 고사목에 지나지 않았을까...
나는 그를 '계곡을 건네주는 다리'로 볼 만큼 '이어줌'에 목말라있었던가...
잔돌들 쌓아올린 돌탑의 무리가 이제는 흔한 풍경조각이 되어버렸지만
이렇게 커다란 바위를 토대로 버티고 서있는 돌탑들은 낯설게 다가왔다.
계곡의 바위를 식구삼아 너르게 펼쳐 올린 객들의 소망이자 기원이다.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돌탑...
내게는 외로운 어머니로 보였다.
'어머니'는 가족을 위하여 자신의 위태로운 평형을 애써 유지하는 존재이던가...
계곡은 봄 물이 올라 제법 푸른 빛이 완연해졌다.
아직 잎이 피지 않은 나무들은 70년 대의 까까머리 중학생 친구녀석들 처럼
껑충하고 어색한 키로 세상을 향해 팔을 벌리고...
건너 보이는 '하나 고등학교'...
'하나 금융 그룹'이 세운 新명문고교다.
징그럽도록 똑똑한 어린 꿈나무들이 모여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미래를 향한 꿈의 싹을 틔우고 있는 곳이다.
'steel & glass(강철과 유리)'로 초현대식 건물을 지어놓았다.
'커피산책'의 바리스타...
커피내리기에 몰입한 그녀는
아주 맛있는 '핸드 드립 커피'와 보기드물게 향이 좋은 '어메리카노'를 뽑아낸다.
내가 참,참, 참 아끼는 '동지'이자 '동생'인 그녀와 함께 산책 후 나눈 커피와 케익.
'noir et blanc'(흑과 백)이라 이름의 수제 케익이다.
그녀의 믿음직한 아들과 상윤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끈이 이어져
7년째 산책을 함께 하는 사이....
그녀와 함께 나누는 것이 어디 짧은 산보뿐만일까...
홀시어머니를 극진하게 모시며 똑소리 나는 살림꾼으로, 착한 아내와 현명한 어머니로
멀티 태스킹을 너끈히 해내는 반듯한 사람이다.
화요일에 모여 '영어 성경공부'를 하다 보니 어언 이년 가까이 흘렀다.
'강금희'교수님이 남산 쪽으로 이사를 하셔서 당분간은 공부할 자리가 마땅치 않아
일단 '정독도서관'으로 올라가보기로 했다.
봄 볕이 사뭇 따스한 듯해 원두막에 자리를 잡고 공부를 하다보니
아직 새치름한 봄 바람에 너, 나 할 것없이 어느새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덜덜 떨면서도 그날치 공부를 마쳤다.
함께 교회 다니는 사이..
두 사람 모두 아담한 '절대동안'이라
곁에 있으면 괜스레 기가 죽는다.
올봄 들어 첫 눈맞춤을 한 목련...
지금은 만개하다 못 해 꽃잎을 뚝뚝 흘리고 있을 터이다.
'가진화랑'...경복고등학교에서 무궁화공원을 가로지르기 전에 있다.
청와대 사랑채 부근...
청와대 건너편, 경복궁 '신무문'이다.
이곳을 지나기 전 청와대의 경호를 담당하는 검은 양복 입으신 분들이 꼭 묻는다.
'어디 가시는 길입니까?'
나는 대답한다..'지나가는 길입니다'...
청와대 앞을 지나 삼청동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
경복궁 돌담길...
'신무문'을 지나쳐 가다 보면 쪽문들을 두어 개 지나친다.
첫 번째 쪽문 틈으로 들여다 본 궁내 풍경...
두 번째 쪽문의 판자 틈으로 들여다 보니 나무 한 그루가 시야를 채운다.
'틈'이라는 묘한 공간은 언제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끌어당기기 마련인가 보다.
삼청동 가는 길에 문득 올려다 본 하늘에 새순들이 조롱조롱 맺혀있다.
길건너 삼청동 갤러리 '학고재'...
people in motion...
움직이는 사람들...
꽃다발 세 개를 다 샀다.
이날, 나는 경복고등학교 부근에서 출발해 삼청동을 거쳐 인사동 '한국 장애인 고용공단 서울 지부'로 가는 길 위에 있었다.
지난 3월부터 장애를 가진 한 명의 여직원을 지원고용의 형식으로 우리 회사에 취업을 시키기 위해 준비 중이다.
상윤이를 위해 '장애인 취업'의 길을 연구하며 준비하던 중에
먼저 고용주(employer)의 입장이 되어보는 일도 무척 도음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국장애인 고용공단서울지부의 '유미'직업평가사 선생님과 함께 일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 복잡하지 않게 여기며 시작하고 보니 막상 넘어야 할 고비가 하나 둘이 아니었다.
나중에 장애자녀를 가진 부모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시범 케이스(case model)을 만들기 위해
모든 과정을 기록하며 진행 중이다.
....모든 일은 '하나'에서 시작된다.
가족 중 한 분이 간단한 수술을 받게 되어
수술 전 검사를 위해 세브란스 병원에 갔다.
본관 원내 순환버스 정류장 앞에 유난히 또록또록하게 생긴 벚나무들이 모여 있었다.
새로 지은 세브란스 병원 본관 입구이다.
계단과 기둥과 벽화, 그리고 하늘이 조화를 이루었다.
병원을 찾은 아픈 분들과 그 가족들의 염원과 기도가 저 계단들을 타고 또박또박 올라가 하늘까지 닿아
하나도 빠짐없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Blooming Blossoms from NPR on Vimeo.
머나먼 미국의 수도 워싱턴의 그 유명한 벚꽃과 더불어 보낸 하루를 기록한 비디오를
덤으로 올린다.
** 어제는 5월 5일 어린이 날...
딸아이를 데리고 어느 선생님을 뵈러 일산 호수공원을 지나갔다.
이미 벚꽃은 거의 지고 사방에 연초록이 만연해 어느덧 초여름 기운이 물씬 끼쳤다.
어이해 나는 바쁘다는 핑게 뒤에 숨어 뒷북만 두둥 울리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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