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ina, Rinea, Emily, Diana, Sunny >
< Daniel, Jerry, Kate, Tom >
< Ray, Tina, Rinea, Emily >
< Daniel, Jerry, Ma'am Song, Kate, Ray >
< Diana, Emily,Rinea, Sunny,
Kevin, Tina >
< 영원히 기억해..얘들아>
연서중학교 '사랑의 교실',
매주 수요일 7 교시마다 나는 선생님이 된다.
아들도 이때만큼은 '엄마' 대신 '선생님' 혹은 '매덤'이란 호칭으로 나를 부른다.
혹시라도 가르침을 업으로 삼는 일이 생길까 봐 교직과목도 듣지 않았던 내게
'가르침'의 보람과 즐거움을 깨우쳐준 아들이 있기에
이십여 년의 공백을 훌쩍 뛰어넘어 영어를 가르치겠다고 감히 나설 수 있었다.
.
영어는 이미 우리 생활 깊숙히 들어와 앉아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될 때쯤이면 기본적인 영어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햄버거 하나, 아이스크림 하나도 제대로 사먹기 힘들어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적어도 영어로 표기한 지명 정도는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한다는 사명감에서
'사랑의 교실' 친구들도 세계화의 물결에 편승시키기 위해(^^) 벌여놓은 일이다.
처음에는 유치원 수준의 교재 몇 권과 파닉스 교재를 참고로 해서
인사하는 법과 자기소개 같은 기본대화에 필요한 교재를 손수 만들었다.
하지만 횟수를 거듭할수록 수업준비하는 시간이 길어져 갔다.
일일이 영어노래와 이야기를 인터넷으로 뒤져 짜집기하는 일도 녹록치 않았고
갖가지 정보들을 매끄럽게 연결시키려고 끙끙거리다 보니
차라리 영어교재를 본격적으로 만드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여서
궁리 끝에 유료 인터넷 어린이 영어교육 사이트에 등록을 했다.
그곳에서 챈트와 단어사전, 영어게임 등을 가져와 활용하니
아이들도 훨씬 재미있어 했다.
(그럼 그렇지..이래서 전문가가 필요한게야..ㅎㅎ)
그것을 활용하여 나는 짱짱한 목소리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며
유치원 선생님이 된 양 즐겁게 아이들과 영어로 놀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나는 몰랐다.
가르침이 아이들을 서서히 물들여 어린 싹이 땅을 뚫고 나올 때의 경이로움을..
내 입을 쳐다보며 따라하려고 오물거리는 아이들의 입술의 사랑스러움을..
몇 달씩 입 한 번 벙긋하지도 않던 아이가 어느 날 내게 'Ma'am'이라고 조그맣게 부를 때의 놀라움을..
아이들은 수업을 거듭할수록 눈에 띄게 달라져 갔다.
도중에 새로 부임하신 담임 선생님께서도 수업에 집중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놀라워하셨다.
처음부터 수업의 일부를 녹화했었는데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모아서 비교해 보니
아이들이 변해가는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 있었다.
자기가 아는 영어는 모두 동원해서 거리낌 없이 의사를 표현하는 아이들..
영어로 알아듣지 못 하면 눈치로 때려잡는 센스도 늘었고(이 부분이 언어습득에 있어 아주 중요한 포인트이다.)
학교에서도 스스럼 없이 영어로 인사하다 보니 비장애 학생들도 만만히 보지 않게 되었다.
실제로 이들 중에는 인터넷과 학교 수업을 통해서 원어민으로 착각할 만큼 훌륭한 발음의 소유자도 있다.
그리고 학교에 상주하는 원어민 교사인 'Tracy'와 베스트 프렌드인 아이도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변하게 만든 요소는
'우리도 영어를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라고 나는 단정지어 말할 수 있다.
상윤이가 중학교 1 학년일 때 '교내 영어 말하기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초등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 두 명과 ' The Mirror'라는 연극을 연습해서
교내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고 교육지구 대회까지 나가 장려상을 받은 일이 있었다.
그때 상윤이의 이미지가 엄청나게 좋아져서
지금까지 상윤이는 영어를 잘 하는 아이로 친구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물론 상윤이가 영어를 그 정도로 잘 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스스로도 영어를 잘 한다는 자부심을 갖게 된 훌륭한 기회였다.
그리고 그것은 사랑의 교실 친구에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자신감과 자부심이 세상을 향한 아이들의 시선을 더욱 당당하게 만든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각자의 이미지에 걸맞는 영어이름이 하나씩 있다.
Daniel, Tom, Jerry, Ray, Andy, Anthony, Kevin, Greg, Emily, Tina, Kate, Rinea, Diana..
그리고 전학와서 오늘 처음 만나자 마자 헤어지게 되는 Sunny까지
하나하나가 모두 내게 소중한 이름이다.
그들은 내 첫 제자들이자 선생님이다.
나는 짧은 영어를 그들에게 가르쳤지만 그들은 벽이 없는 사랑을 내게 가르쳤다.
1 년 7 개월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방학을 빼고라도 일 주일에 한 번씩은 얼굴을 맞대고 웃고 떠들고 툭툭 치고 쓰다듬던 내 아이들..
오늘 아이들의 이름을 영원히 담아두기 위해 한 사람씩 녹화를 하며
자꾸만 목에 메어 왔다.
이들에게 편견 없이 모든 문이 열리는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그들이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우리가 시키지 않은,
그들에게는 가능한 일들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어쩌면 이 아이들에게 다시는 영어를 배울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눈 앞이 흐려져 이이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쫑파티라며 피자 한 상 차려 놓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아이들의 앞날에
하나님의 보살핌이 늘 함께 하셔서
그들의 착하고 맑은 눈에 눈물이 고이는 일이 절대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간절히 기도드린다.
얘들아...
살면서 아주아주 어렵고 억울해서 버림 받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더러는 있을거야.
그래도 우리가 함께 웃고 떠들던 시간을 떠올리고,
너희들을 아주 마~않이 사랑하는 선생님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렴.
너희들의 엄마로 기억해도 좋아..
내 아이들...
강하게 살아야 한다.. 너희들을 위하여 항상 기도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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