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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를 위하여..For Victoria...

한없이 블루(靑)에 가까운 블루(憂鬱)...

by 슈퍼맘빅토리아 2009. 4. 3.

                                                                                                  <<  2006년 4월에 쓰다.. >>

 

 

다행히 靑에 가까운 憂鬱이다.

검거나 희지 않기에 견딜 만한 것이지.

우울이란 내겐

 색이 옅어질수록 파국에 가깝고-영원히 사라짐이며,

검을수록..... 절망이다.

다행히, 진정 다행히 blue이다.

푸른색 희망을 의미하지.

나는 푸른색을 참 좋아한다. 



주차를 시키고 분위기 정돈하고

밝은, 활기찬 며느리로 주부로 돌아 와

집으로 들어왔다.

아침에 벤 불쌍한 찔레 넝쿨은 이미 반쯤 마르고 있었다.

初夏로 접어 들 무렵, 아카시아 향내와 함께

코끝을 즐겁게 간질던 찔레내음도 사라지고 있었다.

어쩌면....

 인간이란 자신의 먹거리를 위해-나에겐 호박과 호박잎-.

잔인함도 서슴지 않는 이기적인 종족이다.

몇 번씩이나 구역질 하면서, 후에 악몽도 꾸면서,

울먹이며 시부모님을 위해 시커먼 개 대가리를 씻은 적도 있었다.

그때 투명하니 번들거리며 허공을 응시하던 두 눈이

아직도 생생하다. 

 

                                          <<  춘천 신매리  '조 진희' 교수님댁입니다.>>

 

  

                          << 야트막한 나무 대문, 빨간 우체통, 푸른 벤취, 현관 앞 나무 데크에다 화분대까지

                              모두 선생님께서 손수 만드신 것들입니다. >>

 

 

 

                                                      << 선생님 댁 지킴이..'촘촘이' >>

 

                                  

                                                

                                          

 

 

     

                                               << 직접 제작하신 리코더들과 소장 리코더들  >>

 

 

                                 << 리코더 제작용 선반과 공구들  >>

 

 

                                                                                << 레슨 중...>>

 

 

                                                 << 청평 휴게소 식당에서..앳띤 상윤이..ㅋ >>

 

 

 

- 다시 아침에...


식물에게도 생명이 있단 생각을 가끔 해본다.

특히 잡초를 뽑거나 오늘처럼 그냥 있어도 되지만

우리의 유익을 위해 목숨이 끊어지는 식물들을 볼 때면

바퀴벌레, 혹은 지네를 죽일 때 처럼 약간은 죄스러운 감정도 들지.

어렸을 때 예수님을 만나기 훨씬 이전에

나는 범신론자였던 가보다.

만물에 精靈이 깃들여 있다는 고정관념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아서

무생물도 범하기 힘든 걸 보면...

 기분 탓인지 찔레 덩쿨의 잔해가 더욱 슬퍼 보인다.

 

- 다시 저녁 무렵...

 blue...

잊어버리고... 

지워 버리고...

 

상윤을 데리고 춘천 조 선생 댁에 다녀왔다.

가는 길을 꼼꼼히 체크하며 내부 순환로에서 북부간선도로로,

다시 태릉 - 구리 간 고속화도로를 거쳐 서울외곽순환도로 올라 

판교-대전 분기점 지나자 마자  남양주 - 양평 방면으로 진입해,

사노 IC 지나 진관 IC에서 춘천 - 마석 방향으로 접어들어

사능 거치면서  진접,금곡 가는 자동차전용도로로 진입하다. 

가는 길에 청평 '전주 장작불 곰탕집' 에서 정말 맛있는 진국 곰탕을 먹었다.

사흘 만에 처음으로  1/3공기 정도의 흰 밥 말아서 곰탕 한 그릇 먹고 나니 행복하다.

물론  아빠 닮아 국물귀신인 아들은 그릇째 둘러 마시고.

누구나 배부르면 여유롭고 관용적이 된다,....

 

3시간 걸려 도착해 아들은 조 진희선생께 리코더 레슨을 받았다.

장 보고 돌아오신 사모님께 커피 한 잔 달래서 마시고 나서 

선생님의 명동성당 연주도 잠간 보고, 둘째 성빈의 첼로 연주도 보며

상당히 여유롭게 2시간 20분을 보내고 오후 4시에 신매리에서 출발했다.

이미 낯이 익어 버린 길이라  부담 없이 올 수 있었다.

 

북한강휴게소 입구에서 자동차 전용도로를 타고 구리까지 와서 외곽순환도로를 탈 때

잠깐 당황 + 황당했었는데( 대전-판교 표지판만 보여서),

 '에라, 대전 가자!!!'하는 맘으로 가다 보니 구리, 신내 IC로 빠지는 길이 보이더군...

신내에서 부터 내부 순환도로를 타고 강변북로 성산대교 방향 끝까지 왔다.

모래내까지 단 2시간에 주파했다.

초행길의 긴장과 피로는 저만치 던져 버리고

아들은 오는 길 내내 잠시 졸지도 않고 바깥 경치를 구경하였다.

 

내쳐 가양동으로 날아서 아이를 화실에 보내고

나는 문구점 시인 '덕화' 씨와 

오후에 한 잔 마시면 잠시 행복해지는, 유치한 맥심 커피 믹스 한 잔을 나누었다.


강아지처럼 여기 조금, 저기 조금 흔적을 남기며

영역을 넓혀 간다는 느낌이 든다.

어제, 그리고 오늘.. 아직 잎이 채 풍성해지지 않은 키 큰 나무들 아래

웅크리거나, 혹 퍼져 앉아 봄을 끌어안은 개나리와 진달래들을 곁눈질하며

봄을 -내게 주어진 여건 내에선 최고로- 만끽했다.

올해에는 내 생애 가장 많은 개체의 봄꽃들을 구경할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푸근해진다.


나 스스로

항상 주어진 여건 안에서 애써 감사의 조건들을 찾아

행복해지려 애쓰는 소박한 사람이길 꿈꾸지만,

타인의 눈에도 과연 그렇게 보일 지... 약간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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