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4월에 쓰다.. >>
다행히 靑에 가까운 憂鬱이다.
검거나 희지 않기에 견딜 만한 것이지.
우울이란 내겐
색이 옅어질수록 파국에 가깝고-영원히 사라짐이며,
검을수록..... 절망이다.
다행히, 진정 다행히 blue이다.
푸른색 희망을 의미하지.
나는 푸른색을 참 좋아한다.
주차를 시키고 분위기 정돈하고
밝은, 활기찬 며느리로 주부로 돌아 와
집으로 들어왔다.
아침에 벤 불쌍한 찔레 넝쿨은 이미 반쯤 마르고 있었다.
初夏로 접어 들 무렵, 아카시아 향내와 함께
코끝을 즐겁게 간질던 찔레내음도 사라지고 있었다.
어쩌면....
인간이란 자신의 먹거리를 위해-나에겐 호박과 호박잎-.
잔인함도 서슴지 않는 이기적인 종족이다.
몇 번씩이나 구역질 하면서, 후에 악몽도 꾸면서,
울먹이며 시부모님을 위해 시커먼 개 대가리를 씻은 적도 있었다.
그때 투명하니 번들거리며 허공을 응시하던 두 눈이
아직도 생생하다.
<< 춘천 신매리 '조 진희' 교수님댁입니다.>>
<< 야트막한 나무 대문, 빨간 우체통, 푸른 벤취, 현관 앞 나무 데크에다 화분대까지
모두 선생님께서 손수 만드신 것들입니다. >>
<< 선생님 댁 지킴이..'촘촘이' >>
<< 직접 제작하신 리코더들과 소장 리코더들 >>
<< 리코더 제작용 선반과 공구들 >>
<< 레슨 중...>>
<< 청평 휴게소 식당에서..앳띤 상윤이..ㅋ >>
- 다시 아침에...
식물에게도 생명이 있단 생각을 가끔 해본다.
특히 잡초를 뽑거나 오늘처럼 그냥 있어도 되지만
우리의 유익을 위해 목숨이 끊어지는 식물들을 볼 때면
바퀴벌레, 혹은 지네를 죽일 때 처럼 약간은 죄스러운 감정도 들지.
어렸을 때 예수님을 만나기 훨씬 이전에
나는 범신론자였던 가보다.
만물에 精靈이 깃들여 있다는 고정관념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아서
무생물도 범하기 힘든 걸 보면...
기분 탓인지 찔레 덩쿨의 잔해가 더욱 슬퍼 보인다.
- 다시 저녁 무렵...
blue...
잊어버리고...
지워 버리고...
상윤을 데리고 춘천 조 선생 댁에 다녀왔다.
가는 길을 꼼꼼히 체크하며 내부 순환로에서 북부간선도로로,
다시 태릉 - 구리 간 고속화도로를 거쳐 서울외곽순환도로 올라
판교-대전 분기점 지나자 마자 남양주 - 양평 방면으로 진입해,
사노 IC 지나 진관 IC에서 춘천 - 마석 방향으로 접어들어
사능 거치면서 진접,금곡 가는 자동차전용도로로 진입하다.
가는 길에 청평 '전주 장작불 곰탕집' 에서 정말 맛있는 진국 곰탕을 먹었다.
사흘 만에 처음으로 1/3공기 정도의 흰 밥 말아서 곰탕 한 그릇 먹고 나니 행복하다.
물론 아빠 닮아 국물귀신인 아들은 그릇째 둘러 마시고.
누구나 배부르면 여유롭고 관용적이 된다,....
3시간 걸려 도착해 아들은 조 진희선생께 리코더 레슨을 받았다.
장 보고 돌아오신 사모님께 커피 한 잔 달래서 마시고 나서
선생님의 명동성당 연주도 잠간 보고, 둘째 성빈의 첼로 연주도 보며
상당히 여유롭게 2시간 20분을 보내고 오후 4시에 신매리에서 출발했다.
이미 낯이 익어 버린 길이라 부담 없이 올 수 있었다.
북한강휴게소 입구에서 자동차 전용도로를 타고 구리까지 와서 외곽순환도로를 탈 때
잠깐 당황 + 황당했었는데( 대전-판교 표지판만 보여서),
'에라, 대전 가자!!!'하는 맘으로 가다 보니 구리, 신내 IC로 빠지는 길이 보이더군...
신내에서 부터 내부 순환도로를 타고 강변북로 성산대교 방향 끝까지 왔다.
모래내까지 단 2시간에 주파했다.
초행길의 긴장과 피로는 저만치 던져 버리고
아들은 오는 길 내내 잠시 졸지도 않고 바깥 경치를 구경하였다.
내쳐 가양동으로 날아서 아이를 화실에 보내고
나는 문구점 시인 '덕화' 씨와
오후에 한 잔 마시면 잠시 행복해지는, 유치한 맥심 커피 믹스 한 잔을 나누었다.
강아지처럼 여기 조금, 저기 조금 흔적을 남기며
영역을 넓혀 간다는 느낌이 든다.
어제, 그리고 오늘.. 아직 잎이 채 풍성해지지 않은 키 큰 나무들 아래
웅크리거나, 혹 퍼져 앉아 봄을 끌어안은 개나리와 진달래들을 곁눈질하며
봄을 -내게 주어진 여건 내에선 최고로- 만끽했다.
올해에는 내 생애 가장 많은 개체의 봄꽃들을 구경할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푸근해진다.
나 스스로
항상 주어진 여건 안에서 애써 감사의 조건들을 찾아
행복해지려 애쓰는 소박한 사람이길 꿈꾸지만,
타인의 눈에도 과연 그렇게 보일 지... 약간은 의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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