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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를 위하여..For Victoria...

'작은 기다림'...2006년 9월 12일..

by 슈퍼맘빅토리아 2009. 5. 17.

 

 

 

 

 

 

 

 

 

 

 

하나 남은 노총각 사촌동생의 결혼식에 갔다.

토요일이라 길이 막힐 새라 서두르다 보니 한 시간 이십 분 가량 일찍 도착했다.

잘 꾸며놓은 예식장..

구석구석 둘러보다가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 처럼 웃으며 장난치듯  셔터를 누르다 보니

처음의 쑥스러움은 금방 달아났다..

 

 

 

 

 

하루를 정리하며.....

요가와 스트레칭의 기본동작과 기체조등을 조합하여

 몸에 맞게 맞춤 재단한 몸 풀기를 한다.

한동안 죽을 만큼 더웠던 탓에

게을리 하다가,

가을 아침의 대기가 선사한

'다시 치열하게 살아야겠다는 강렬한 욕구'의 여세를 몰아

요가 매트를 펼쳐 놓고 체조를 시작했다.

엷은 땀이 온몸에 배고,

 잠시 휴가 받았던 근육과 세포들이 저릿저릿 살아난다.

 스트레스로 인해 단단해진 명치 안쪽과

단전 아래쪽도 원을 그리며 마사지하고 누르고...

 불쌍한 내장들에게도 평안이 깃든다.

대개 체조를 할 때엔 TV를 켜놓는다.

TV 프로그램들 중에서 내가 즐겨 보는 것들 중 하나인

'TV, 책을 말하다'에서 '조 벽'교수와 서울대 교육학과의

'김 상 ?'교수의 근간을 소개해 관심 있게 보았다.

이어서 '객석과 공간'이란 프로를 보다가...

내 귀중한 잠자는 시간의 일부를 바쳐 몇 자 끄적인다.


서울 발레 시어터에서 기획한 '발레 35,45'란 공연을

보여주고 있었다.

40 전후 5년이면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들에게는 환갑을 넘긴

나이인데, 중견의 그들이 모여 후배들을 위한 공연을 했다.

그중에서 이 글을 쓰게끔 만든

아름답고 애절한 춤이 있었다.

 

- 작은 기다림 -

                          춤: 김 인희(단장), 장 웨이 창(객원 무용수)

                          안무 : 제임스 전.

중년의 사랑과 열정, 그리고 이별, 그 후...

발목이 20cm쯤 드러나는 흰색 드레스의 여인.

탱고 무용수를 연상케 하는 흰 드레스셔츠, 검은 조끼,

검은 바지와 검은 슈즈의 남자.

그리고 아르 데코風의 원목 벤치.

두세 개의 가로등....

음악은 파라디의 '시실리안느' 첼로독주로 시작해

바이올린의 프레스토 선율에서 차츰 피아노로

넘어가다.

스토리의 전개에 따라 독주 악기를

바꾸어 선택하다.

새털과 공기같은 가벼움 속을 넘칠 듯 채운 열정.

'중년의 사랑은 중년만이 정의할 수 있다' 를 증명하다.

그들의 열정은 끓어 넘침 없이 더 깊게 타오른다.

그윽한 화사함.

그들의 사랑은 물처럼 휘돌아 무대를 채운다.

도저히 참아지지 않을  거친 호흡을 참아서

조금 씩 조금씩 실처럼 가늘고 고르게 뿜어냄.

사랑의 빠드되(pas de deux, 이인무)가 끝나고

벤치에 여인을 앉힌 남자는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준다.

그녀가 잠시간의 달콤한 휴식에 빠져 있을 때,

유령처럼 나타난 하인이 건네준 하얀 봉투 속 편지.

읽는 남자의 표정이 고뇌에 휩싸이고

고통 속을 헤매며 유려한 솔로를 춘다.

아무것도 모르는 여인은 단꿈에 빠져 엷은 미소조차 머금었다.

마침내 남자는 깨어난 여인의 목에 길고 흰 스카프를 걸어주고

바람처럼 흔적도 없이 떠나간다.

사랑의 땀을 닦던 손수건으로

이제는 눈물을 훔친다.

길고 흰 스카프를 휘감으며, 휘날리며

그녀도 눈물의 춤을 춘다.

유령처럼 나타난 하인이 건네준 하얀  봉투 속 편지.

읽어 내리는 여인의 얼굴에 서서히 드리워진 포기와 절망.

가로등을 붙잡고 흐느낀다....

암전.....

 

** 남편은 사랑을 안무하고, 아내는 다른 남자와  그 사랑을 추다.- 제임스 전, 그리고 김 인희..

 

초등학교 5~6학년 동안 1년 반 정도 무용을 했다.

동생들 무용하는데 나는 왜 안 시켜 주냐고

울며불며 졸라 겨우 배우게 되었다.

선생님들은 내게 한국무용을 권했고 나도 고전무용이

좋았지만(국악도 좋았다. 어린 시절에도 내 특유의

독특함은 어김없이 드러났다.),

발레에의 동경도 버릴 수 없어

일주일에 두 번 하는 발레시간에 굳은 몸을 억지로 풀어가며

열심을 부렸다.

세월이 가도 무용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시들지 않아서

지금도 애착이 간다.

잘은 모른다.

그러나 오늘 밤 보았던 김 &창 두 분의 드라마틱한 소품은

마치 한 편의 단막극을 보듯 바로 대사로 전환되어

내 가슴을 흔들어서 한밤중까지 졸린 눈을 부릅떠가며

글을 쓰게 만든다. 

요즘 ....

가능하면 한 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도록 노력한다.

일주일이면 4~5일은 실행에 옮기고...

하지만 오늘밤은 글을 쓰기 위해 아름다운 열외로

열어 두었다.

이젠 빨리 샤워하고 잠자리에 들어야지.

쓰러질 듯 위태로운 육신의 곤함도 잠시 밀어놓는 글쓰기에의 섣부른 열정을

누군들 이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