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관철동 '미술공간 現'에서 권 은주 화가의 '근육뽐내기'전을 보고 나서...
인사동 길을 걷다가...
어느 옷가게 앞 소 여물통 속에 심어놓은 채송화 무리를 만났다.
땅딸하고 나지막하게...그러나 잔뿌리를 사방에 벋어 견고하게 앉은 우리 꽃..
요즘 어린아이 주먹 만하게 개량을 해
'채송화'라 부르기엔 너무 무서운 변종들이 더 흔하다 보니
이리 단아하고 소박한 꽃무리를 만나게 되어 새삼스레 반가웠다.
'전남 해남산'..4개 오천 원...!
'어이, 날세...우리 석류...^^*'
흙 묻은 손으로 악수를 청하듯, 빨간 잇속을 드러내고 웃는 진짜 우리 석류..
'얘들아!! 무지 반갑구나!!
그냥 지나칠 수 없고 말고..ㅎㅎ'
저녁 상 물리고 부모님과 마주 앉아,
부르르 몸을 떨면서 그녀들과 새콤한 입맞춤을 나누었지..
찌르르...침샘을 자극하는 날카로운 기억..
The Dawn
박 항률 화백 개인 홈페이지입니다. |
얼핏 보았을 때 '박 항률' 화백의 'Dawn'과 너무 닮아 있는 그림...
우리 차를 파는 길거리 카페 '오가.다'의 한쪽 벽을 장식한 벽그림이다.
'스타버스'로 대표되는 외래종들을 따라 잡으려는 '우리 것'의 몸부림이다...
(오가.다의 벽에 쓰인 글씨에 'ㄱ'이 떨어져 나간, 혹은 일부러 떨어뜨린, '스타버스'란 이름이 쓰여 있었다..)
모든 차의 재료를 직접 끓이고 달여 만든다 했다.
인사동에서 광화문 쪽으로 가는 길 위에서 발견했다..
꽃미남 바리스터의 단골이 되어버린 외래종의 여인..(비하하는 뜻은 저~ㄹ대 아니다.ㅎㅎ)
그녀도 우리 차의 맛을 알아, 커피 보다 더 좋아한다고 했다..
'오가.다' 2호점..시청 앞 1 호점의 성공을 등에 업고 출범했다 한다...
번성하시길...
이곳에서는 이런 차들과 따뜻한 입맞춤을 나눌 수 있다.
나의 친구...'강 금희' 선생님...
우리는 십 년도 넘는 세간의 간극을 훌쩍훌쩍 넘어다니는 친구다.
불어, 영화를 가르치시는 선생님...그리고 시인이시다..
그녀의 글은 아주 따뜻하고, 그녀의 단어들은 읽는 이의 마음판에서 통통 튀어 오른다..
연잎에 떨어진 물방울처럼 또르륵또르륵 굴러다닌다...
선생님과 함께 나눈 '십전대보차'...
쌉쌀하고 향기로운 기운이 입안을 굴러 목울대를 데우고
청국장으로 넉넉해진 우리의 중심으로 향한다.
곧...몸 전체가 훈훈해졌다...
뱃속이 땃땃하니 마음조차 너그러워지더라고...
집으로 향하는 길...
광화문 광장을 가로지르다가
'세종대왕'을 만났다..
10월 9일 한글날..이곳에 앉으셨다 한다..
우리가 지나가기 얼마 전 동상을 옮겨 휘장을 걷었단다..
수많은 사람들의 겹을 뚫고 앞으로 나가 위대한 세종대왕의 모습을 담아왔다..
가을날...
예기치 않게 역사의 한 장면을 마주쳐 지나다..
바람이 세찬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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