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
하늘은 낮게 드리웠고 황사 소식도 있었다.
며칠동안 잠시 맑은 낯을 보이던 봄은 실종 상태...
한 교회의 집사님이 은평 뉴타운 진관사 입구에 차리신 '커피산책'의 커피 맛에 마음을 뺏긴 나는
'숙여사' 이후 또 한 분의 '문화적 동지'를 모시고 '커피나들이'를 나섰다.
아침 11시를 채 넘기지 않은 시각이라 북한산 둘레길의 시발점인 '진관사'를 향하여 발길을 옮겼다.
정오가 가까울 무렵임에도 낮달로 착각할 만큼 작고 동그란 해는 백원 짜리 동전을 닮아있었다.
장갑을 끼고 오지 않은 것이 후회스러울 정도로 시린 산공기..
그녀와 나는 숨은 봄을 찾아, 스산하지만 애처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숲으로 올라갔다.
어차피 닿을 인간의 발길로 부터 조금이라도 상처를 덜 받게 하기 위해 산마다 목책길을 만든다.
길 중간 중간에 목책을 도려내어 바위와 나무가 생긴 대로, 그들이 처음부터 뿌리내린 대로 보존하려 애쓴 흔적을 보고
우리에게 길을 양보해준 자연을 향해 미안한 마음을 그나마 덜 수 있었다.
계곡 틈 바위 아래 깊은 곳......
족히 이십 센티미터도 넘을 두터운 얼음장 아래 봄은 웅크리고 있었다.
꿈이다..
아슴프레한 휘장 너머 백원짜리 해가 걸려있다.
해는 달이 꾸는 꿈...
얼어붙은 바위에는 푸른 이끼의 숨결이 퍼지고
이제 곧 바스라져 천년의 침묵으로 들어갈 낙옆 틈새로
숨은 봄이 연한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그는 쓰러져 몸을 뉘어 그들의 다리가 되었다.
정오를 향해 감에도 시린 해는 이슬조차 날려버릴 수 없었다.
진관사 입구에는 또 하나의 다리를 놓느라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날 '커피산책'은 정기휴일...
다시 차를 타고 자하문 터널 부근의 'The Stage'로 향했다.
사진으로 남길 틈도 없이 허겁지겁 화덕피자와 '펜네 아라비아타'를 나누고..
수고한 당신에게 주는 네 시간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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