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7일부터 30일까지 3박 4일의 일정으로
'춘천 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리는 '조 진희 리코더 스쿨'에 다녀왔습니다.
갔다온지 어언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
이제사 연주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2 년에 걸쳐 7월의 '춘천 고음악 페스티벌'과 겨울의 '리코더 캠프'에 참석하다 보니
어느새 낯익은 얼굴들이 많이 늘어 있었습니다.
작년 8월말 두 번째 입원하면서부터 일체 리코더에 손을 대지 않았던 상윤이가
너무도 당연히 캠프에 가겠다고 나서서,
예전에 연습했던 '헨델'의 소나타 3 번 한 곡만을 레파토리로 들고 갔습니다.
'고급반' 레슨 받기 위해서는 지정곡이 필요했거든요.
옆집에 사시는 '김 동희'여사께서도 휴가를 내서 동행을 했지요.
상윤이가 리코더를 배운 이후,
김 여사의 연간 휴가 일정은 상윤의 캠프 스케줄에 맞춰져 있습니다.
<<상윤이 6 개월 되었을 때 앞집으로 이사와
'엄마 둘에 아이 셋'의 시스템으로 살기 시작한 이래로
저희가 시댁으로 이사왔을 때에도 윗집으로 따라 옮겨 오실 정도로
김 여사 가족과는 막역한 사이랍니다.>>
캠프 일정 틈틈이 우리 셋만의 특별한 시간들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청소년수련관 1층, 커다란 강당을 중심으로 여자 방, 남자 방이 나뉘어 있어서
처음에는 조금 난감한 느낌이 들었지만,
오히려 상윤이 저와 떨어져서 독립적으로 일정을 꾸려나갈 수 있을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봅니다.
단체일정은 별로 무리가 없었지만
개인레슨은 정해진 시간 내에서
각자 선생님과 의논해서 연습시간을 짜고,
그 시간에 맞춰서 가지 않으면 레슨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첫 해엔 저조차 오락가락하다 시간을 놓치기 일쑤였습니다.
이번 캠프엔 선생님과 저와 상윤이 함께 시간을 정하고
각자 방에서 연습을 하다가,
레슨 시간 10 분전에 제가 상윤에게 전화로 연락을 하는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여느 아이들과 달리 제 아들은 핸드폰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
핸드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전화로 이야기를 나눈다는 일 자체가 그에게는 무척 힘들어 보였지요.
하지만 하루가 지나자 기대 이상으로 익숙해져서
상윤의 전화는 제가 상윤이를 조종하는 '리모트 컨트롤'이 되고 말았습니다,ㅎㅎ
가끔 제 확인전화에 '제가 기억하고 있어요, 알아서 할게요..툭!! ' 하며
퉁명스럽게 끊기도 해서
한편으로는 서운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대견하기도 했답니다.
따지고 보면 충분히 그럴 나이지요, 사춘기의 정점에 있는 청소년인데...
담임인 '문 은혜'선생님 조의 아이들과 함께 '중주'와 '합주' 연습도 의논해서 정하고,
시간 지켜서 강당 한구석에서 연습을 하는 상윤의 모습을 지켜보며
얼마나 뿌듯했던지 모릅니다.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제 도움 없이는 이런 일들이 힘들었거든요.
'독주', '중주', '합주' 중에서 합주 외엔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었는데,
매사에 적극적인 아들이 모두 하겠다고 나서서
마음 속으로 '본전이상은 건졌습다!' 쾌재를 불렀지요.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상윤의 고질적 병폐인(!!) 식사습관 때문에
항상 맨마지막까지 식탁에 앉아있어서
아주머니들의 눈치를 한눈에 받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왜그리 많이 퍼가지고 와서, 왜그리 천천히 먹던지...
입밖으로 줄줄 새어나오는 잔소리를 억지로 참으려니
넘어갔던 밥알이 식도에서 '앞으로 나란히'를 하며 서있는 것같더군요.
저 역시, 굶었으면 굶었지, 빨리 먹지는 못하는 체질이지만
상윤이는 도에 지나치게 느리게 먹습니다.
별별 방법으로 개선시키려 애를 써보았지만 아직도 해결책은 눈에 보이지 않네요, 에휴..
3박 4일 여정의 마지막 밤,
강당에서 레크리에이션을 했습니다.
저는 아주 멀리 뒷쪽에 앉아 지켜만 보았습니다.
더이상 '통역'이 필요없을 것같았고,
혹시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스스로 헤쳐나가봐야 한단 생각에서였지요.
하지만, 오히려 초등학생 아이들보다 훨씬 발빠르게 움직이고
알든 모르든 앉아서 열심히 게임에 임하는 아들의 모습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특히 '절대음감게임'에서는 탁월하게 잘해서 박수 많이 받았어요.
조 진희 선생님이 진행하시던 '퀴즈 게임'을 할 때, 엉뚱한 대답을 해서
모두들 배꼽 빠지게 웃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일정으로 수련원 대극장에서 '수강생 연주회'를 했습니다.
상윤이는 독주로 '헨델의 소나타 3 번'을 연주하고,
중주로는 'It's a Small World'를,
'슈베르트'의 '군대행진곡'을 합주했습니다.
제게는 연주도 중요했지만,
함께 연주하는 아이들과 시선을 교환하며 시작하고
다른 아이들의 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소리를 맞춰가는 '하나됨'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왔습니다.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는 그들의 연주 안에서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수강생 연주회' 를 마치고 올 여름 캠프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아쉬운 듯 헤어지는 아이들의 모습이 얼마나 예뻐 보이던지...
돌아오는 길 내내 상윤이는 잠 한숨 자지 않고 차창 밖을 보며
춘천을 거쳐 서울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겨울 끝자락의 풍광을 즐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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