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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이야기..about Daniel

백 건우..그 대단한 이름...Beethoven Piano Sonata Cycle in 7 days!

by 슈퍼맘빅토리아 2007. 12. 18.

 << 팬 사인회 때 무리를 헤치고, 저지선을 뚫고서 겨우 건진 한 컷. >>.

 << 백 건우 선생과 함께..상윤>>

<< 좌청룡, 우백호..상기된 얼굴입니다..>>

 << 상윤의 피아노 선생님'이 연희'님과  석 달만에 만났습니다.>>

  <<독주회가 남긴 친구들...3000 개 한정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CD와 팸플릿, 티켓,

      그리고 그분의 손길로 남은 이름 - 친절하게도 은 색 마커를 준비하셨더군요.>>

 

 

- 얼마나 기다렸던가,  그분이 오시기를... -

 

2007년 12월 8일부터 14일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백 건우 선생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가 있다는 소식을 접한 순간부터

내 마음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주변을 맴돌고 있었습니다.

가장 바라고 바라던 것은 그 대장정을 완주하는 것이었지만,

지금 내가 처한 모든 상황에서

가정을 버리지 않고서는 도무지 불가능한 일임에

그중 단 하루를 택해야 했지요.

흔히 알려져 있는 '이름 있는 소나타'들 중 하나를 택하려 날을 잡으려했지만

'비창', '전원','폭풍', '열정','월광','발트스타인','함머클라비어'...

이름 하나하나에 끌리는 강력한 흡인력에 휘둘리며 한참 고민했습니다.

제 주제인 '열정 - Appassionata'을 따라가고 싶었지만,

스케줄이 허락하는 대로 'Waldstein'을 향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12월 12일 수요일...아침부터 서원이네 학교에서 '중간고사 학부모 시함감독'으로 두 시간 봉사하고,

이쁜 딸과 이대 후문 '마리'에서 깔끔하고 맛난 점심을 먹었어요.

딸은 집으로 향하고,

 저는 신설동 남서울대학교 부설 '행동분석연구소'에서 열린 '자폐아동의 의사소통 수단'에 관한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반대 방향으로 갈라졌습니다.

노르웨이의 저명한 아동 심리학자인 'Dr. Stephen von Tetzchner'가

2 시간 반동안 break 없이 열심히 진행하셨는데,

 얼마나 집중하려 애썼던지 마치고 나니 머리가 어질어질하더군요.

(아.....'빛바랜 my English'가 사뭇 안타까웠습니다.)

상윤이를 데리러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버스 안에서 심하게 멀미를 했습니다.

 7시 30분까지 '예술의 전당'에 가려니 서둘러야 했기에, 저녁은 생략했지요.

사실... 연주회에 대한 기대에 가슴이 울렁거려 배고프단 생각도 잊어버릴 정도였습니다.

 

석 달만에 상윤이를 만난 '이 연희'선생님은 너무 놀라시더군요.

그동안 키가 4cm 넘게 크고, 몸무게도 5Kg이상 늘어

아들은  이미 청년의 몸태를 보이고 있었으니까요.

두 사람은 끌어안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르더군요.

 

 

 

 

 

 << 제 보물 특호 : 귀하고 이쁜  딸 '서원' *^^* >>

 << 접니다 ㅎㅎ>>

 << 딸이 시킨 '골동반'입니다. 가는 채가 아름답지요..>>

 << 식혜와 유과 : 정갈하다 못해 단아한 자태...게다가 그 담박한 맛이란...!! >>

 << '너비아니'일테지요.. >>

<< 전채요리.. 겉절이, 탕평채 그리고 백김치.. >>

 << DR. Stephen von Tetchner와 함께..북유럽인 답게  하늘을 찌를 듯한 키..

      매우 정석에 가까운 강의였지만, 간간이 유머를 섞어 따뜻한 성품도 드러내 보이시더군요..>>

 

저녁 8시가 다가오자 어찌나 설레던지,  저도 모르게 한참 숨을 참고 있었나봐요.

흰 색 목높은 티셔츠에 연미복을 입고 성큼성큼 무대로 걸어들어오시던 선생님...

생각했던 것보다 중력을 많이 받으실 법한 몸매시더군요.

바늘 하나 더 들어갈 틈 없이 들어찬 극장에서

청중 모두가 그분의 들숨과 날숨을 따라 쉬며 몰입을 했습니다.

나중에.. 7일의 여정을 계획하신 어느 골수fan에 따르자면,

그날 밤 청중들이 가장 예의발랐고, 선생님도 제일 컨디션이 좋아보이셨답니다..

 

 첫 곡 : 피아노 소나타 제 24번 B#장조 Op.78 '테레제 -Therese',   1809년 작곡

둘째 곡 : 피아노 소나타 제 4 번 Eb장조 Op. 7,      1796~97년 작곡

셋째 곡 : 피아노 소나타 제 9 번 E장조 Op.14-1,     1799년 작곡

넷째 곡 : 피아노 소나타 제 25번 G장조 Op. 79 ' 뻐꾸기- Kuckoo' ,  1809년 작곡

피날레 : 피아노 소나타 제 21번 C장조 Op. 53 '발트스타인- Waldstein',   1803 혹은 1804년 작곡

 

역시... 그날의 백미는 '발트스타인'이었습니다.

익숙한 음의 조합에의 여유로움과 곡에 대한 사랑으로 덧칠되어

시작하는 자세부터가 달라보였지요.

옆눈으로 흘깃 쳐다본 아들의 두눈도 경이로움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아쉽게도..우리의 '열혈청중'은 제 예상을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곡이 끝나자마자  몇 초의 여유도 없이 박수와 환호성을 날려

여음이라든지, 여운이라든지..하는 마지막 선물을 열어보지도 못했지요.

연주회에 갈 때마다 가장 아까운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당연히 '앵콜 연주'는 없을 거라 예측하고선,

달려나가 이미 길어진 사인회 줄에 섰는데...

제 앞에 선 mania  두 분이 '...그래서 연기 매운 냄새가 나나봐요..'하는 말씀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습니다.

'아니! 그렇게 씻고 또 씻어냈는데도 쑥뜸 냄새가 남아있었나..'하며

지레 제 발 저려하며 모른 척 엿들었습니다.

우리가 백 건우님의 연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을 동안

'오페라 극장'에서 'La Bohem'공연 중 커튼에 붙은 불이 번져,

2000 명이 대피하고 난리가 났고, 그 연기가 이곳까지 날아왔다는 것이었지요.

속으로 얼마나 웃었던지....

요즘 쑥뜸을 매일 하다보니

'연기,혹은 냄새'라는 단어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였나 봅니다.ㅎㅎ

 

제가 평소에 즐겨 듣던 CD 한 장과 한정판인 CD집에 사인을 받았습니다.

달필이시더군요.

한글로 또박또박 새긴 은색 이름 '백.. 건.. 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실없는 웃음을 날리며

'발트스타인'을 차안 가득 충만하게  틀어 놓았습니다. 

저녁을 먹지 않았어도 거짓말처럼 배가 안 고프더군요.

...다음날도,

 그 다음날에도..

제 안에  차 있는 이 그득함이 주는 기쁨은 가시질 않았습니다.

 

저는 음악에 대해 잘 모릅니다.

아들에게 음악이 무엇인 지 알려주고 싶어서

 3~4년전 부터 무작위로 듣다가 점점 빠져들어서

'서양음악사'를 읽기 시작했고

 꼬리를 무는 하나하나의 궁금함을 풀기 위해

이 책 저 책 읽어내리다 보니 조금씩 열리고 깨어 갔지요.

상윤이의 음악선생님들께 질문하고, CD를 빌리고, 베끼고, 사모으고...

제 광에도 제법 많은 갯수의 음반이 쟁여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검은 머리에 하얀 서리 앉을 때까지

들어도 들어도 다 못 들을 양의 곡들이 있다는 사실 한 가지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합니다.

상윤이와 함께 가는 길에 이처럼 든든하고 훌륭한 친구가 있기 때문이지요.

 

언젠가..베토벤을, 라흐마니노프를, 브람스를

제게 데려다 주는 그 감사한 손을 꼭 한 번 잡아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