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선생님의 사진입니다.)
11 월 19 일 수요일,
아들을 데리고 길을 떠납니다.
접는 자전거, 등산화, 그리고 두툼한 옷가지,
숲과 산과 길에 어우러질 CD 몇 장,
전화도, 무선 설렁줄도 터지지 않을 적요한 산속의 밤을 달랠 책 몇 권,
내년이면 작별을 고할 애마에 올라 타고 길을 떠날 겁니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산', '숲', 그리고 '쉼'입니다.
제 옛 남자친구와의 고래심줄보다 더 질긴, 다섯 성상의 緣을
'결혼'이란 단어에 비끌어 맨 후
19 년만에 스스로 찾은 시간입니다.
정선 부근에 있는 깊은 휴양림에서 두 밤을 보내고
'기림산방'이란 곳으로 움직일 계획입니다.
물론...마지막 순간에 더 투명한 바람이 부는 곳으로 발길을 돌릴 수도 있지요.
열어 놓고 다니렵니다.
마음도 열고,
가슴도 열고,
주머니도 열고,
정처 또한 열어
가장 평안하게 쉴 수 있는 따뜻한 방에서 밤을 보낼 겁니다.
허리 꺾어져 내리막을 향해 터덜거리며 가는 삶이아니라
여태 살아온 것 만큼의 시간을 시작하는 후반의 삶을 위한 정점에서
아들과, 딸과, 제 곁을 지키는 소중한 이와의 만남을 돌이켜 보고 싶습니다.
종종거리며 뛰어다니던 잰걸음에 추를 달아
너그러움을 회복해야지요.
날씨가 갑자기 싸늘해져서 더욱 행복합니다.
깊은 산속 새바(!)의 시리고 선명한 대기를 폐부 깊숙히 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돌아올 즈음이면 지쳐 늘어진 정신 또한 맑음을 되찾겠지요.
커다란 상자 속에 가득 담긴
가슴 싸아한 초겨울 산 향기가 택배로 배달되면
보낸 이를 짐작하시겠지요?
무사히 다녀 오겠습니다.
<<< 19 번째 결혼 기념일 날, 두 녀석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서 선물로 준 커플 티셔츠를 입었습니다.
서원이 말로 우리집은 '닭장'이랍니다.
닭살스런(에고..요즘 아이들 용어입니다.ㅎㅎ) 부모를 둬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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