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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살기..

날벼락 맞다...

by 슈퍼맘빅토리아 2009. 7. 16.

 

                    

 

 

 

 

 

<출처 : 

http://pudding.paran.com/rnjsxoqhd000/3756711 
       

 

그러니까...7 월 3일 즈음이었을 게다..

하늘에 구멍이 난 듯 퍼붓는 빗줄기 틈틈이 마른하늘에도 천둥과 벼락이 난리를 쳤던 하루..

'에구..죄 많이 지은 사람들...가슴 꽤나 철렁철렁 내려앉겠네..' 남편과 우스갯소리도 해가며

모처럼 한가한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인터넷 전화기가 왜 이러냐?'..

‘뭐시라뭐시라’ 꿍얼거리는 남편의 말을 귓등으로 흘린 나...

있는 것 다 챙겨 먹고 블로그에 마실가려고 컴퓨터를 켰는데

자꾸만 인터넷이 연결이 안 되는 거다..

지금 쓰고 있는 초고속****이란 녀석이 요즘 들어 부쩍 말을 듣지 않아

 상윤이를 닮아서 꾸무럭거린다고 괜스레 구박을 하던 터라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며  컴퓨터를 끄고....

 아나로그 방식으로 재미있게 놀다가 잤다.

(별 거 없다..컴퓨터만 가까이 안 하고 놀면, 무조건 아나로그 식이라 밀어붙인다..ㅎ)

 

이튿날..여전히 컴퓨터는 '모르쇠'로 일관...

잔 글이 잔뜩 그려진 얼굴로 '주소를 찾을 수 없다'며 오리발을 내밀고..

이것저것 눌러보고 들어가다 보니...연결이 안 된 상태란다..

책상 옆 작은 책장을 돌려놓고 랜 선을 찾아 뺐다 다시 끼워보니,

공유기 조차 깜깜먹통이 되어버렸다..

(지금 와서 고백 컨데, 내가 뭘 잘 못 건드려서 일 난 줄 알았다..ㅎㅎ)

AS신청을 하고...

주말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

 

몇 군데에서 중요한 메일이 올 것도 있었고,

솔직히 말해서...블로그 소식이 너무 궁금했다...ㅎㅎ

기말 시험 마친 기념으로 노래방에 보내달라고 애교를 부리는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 노래방에 갔다

..나는? 옆집 '늑*와 *우'라는 pc카페에 들어가서 메일 체크를 했다..^^*

잠시 들러본 블로그에는 평화로운 기운이 감돌고..

이웃 분들은 나의 부재에는 아랑곳 않으신 채 잘만 지내시는 듯 했다.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담배연기 때문에 견딜 수 없어서

옆자리에 앉은 담배사랑 지극한 아저씨께 눈치를 주다, 주다,

일어나 나오고 말았다.

 

월요일...AS기사는 'pc가 벼락을  맞았다'라고 했다....

우리가 사는 단지 내 서너 집, 자신이 담당하는 지역에서 오전에만 무려 서른 건의 AS건수가 접수되었다고 한다.

공유기도 망가지고...

인터넷 전화기도 망가지고...

컴퓨터 두 대분의 랜 카드도 망가지고..

 

AS 기사님 퇴장...남편보다 더 많은 시간동안 본다 해도 과언이 아닐 시동생'맥가이버 서방님' 등장...!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랜 카드 주문하고..전화기 AS 맡기고...

목요일 무렵, 랜카드도 새로 갈아 끼우고 다시 시도해 보니..여전히 연결이 안 된단다...흑..

다시 AS 기사 오시고...

세상에나...랜 선까지 홀라당 타버렸단다..

이번엔 랜 배선까지 다 갈아 끼웠다..

드디어, 드디어...

금요일 오전...

다시    하였다...짜잔~~

지난번 올리려고 바탕화면에 깔아놓았던 사진 파일을 찾는데...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외장 하드'를 하나 사서 따로 저장해 놓으려 한 달 동안 틈틈이 정리해 놓았던 '폴더' 하나가 통째로 실종..

무엇보다 기가 막힌 노릇이...

'Victoria'라 이름 곱게 붙여놓고...

잠 안 자고 쓴 내 글..내 발의 수고로 얻은 사진들,

그리고 너무나 소중한 나만의 자료들 쌓아놓았던 폴더가 그 안에 들어있었던 거다..

게다가...가족모임 때마다 고기 몇 점 덜 먹어가며, 상 차리는 틈틈이

담 뻘뻘 흘리며 찍어놓았던 동영상과  비디오들...

커다란 날개를 퍼덕이며 자취를 감춘 후였다...아아..

 

양어깨 사이로 전류가 흘러내리고...

백만 볼트의 벼락이 내게 떨어졌다..으흐흑....

난...벼락 맞을 만큼 잘 못 한 일은 없는데..

(옆에 있는 남편에게 '모진 人 옆에 있다 벼락 맞았다'며 마구 구박했다..

그래도 좋다고 ㅎㅎ거리며 웃는 그.. ^^*)

따라오는 며칠 동안 멍한 상태로 시간을 죽였다..

잠시나마..컴퓨터란 요사스런 존재와 영이별을 할 마음을 먹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그러하듯...

시간과 추억과 기억과 땀과 눈물이 오롯이 담겨있는 나의 소산..재산.. 

충격이었다..

 

사건의 주범은 벼락이 아니라 '시동생'....

평소처럼 D 드라이브에도 저장을 해놓은 줄 알고

우연히 같은 이름을 가진 폴더가 하나 있기에 C에 있는 폴더를 놔둔 채 포맷을 했다고 고백을 해온다..

그것이 내게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 지 미처 파악조차 하지 못 한 듯...

'어, 복원하면 돼요..'라는 그에게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다행히 아이들 둘의 이름으로 정리해 놓은 사진들은 멀쩡히 남아 있고,

남은 자료들을 이리저리 끼워 맞추면 50 %는 되찾을 수 있을 듯하다..

다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그것이 가장 큰 문제..!

그리고 내 컴퓨터의 하드도 깨어져서 그것 또한 용량이 아주 큰 것으로 교체했다.

벼락 맞은 하드는 지금 용산 전자 상가에 있는 '복원전문 가게'에 맡겨져 있다.

복원이 되면 '198000' 받고, 안 되면 돈을 안 받는다고 한다..

지금 심정 같으면, 그 가격의 열 곱을 주고서라도 복원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

적금을 깨서라도 내 귀중한 무형의 보물을 되사고 싶은 마음이다..

 

이제는 인터넷도 정상으로 가동되고..속도도 더 빨라졌는데...

글을 쓰려고 앉으면...상실감이 물밀듯 밀려와 허탈해진다.

억지로 추스리고 앉아서 이 글을 쓰는 도중에도,

내 곁을 떠난 이미지들이 간간이 뇌리를 슬쩍 건드리고 사라지곤 한다..

신기루처럼...

 허공을 휘저어 잔영이라도 붙잡고 싶건만...

 

새로운 시작...

그래...부팅을 하고 윈도우가 가동되면서 열리는 새로운 세상..

그곳에서 새로운 기억들을 불려 가면 되는 거라며

큰소리로 위안을 해본다..

 

그러나...아직도 멍한 상태로 한참이나 애도할 것을....

 

 

 

                                      

                                    7월 8일, 아들이 찍어준 사진...벼락 맞고도 이렇게 잘 살고 있다 증명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