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5월 14일 서초동 '모짜르트 홀'에서
'타펠 무지크' 제 7회 정기 공연 후
'조 진희'교수님, 그리고 제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
8월 29일 두번째로 상윤이 쓰러지고 난 후,
당분간 학교 수업 외엔 모든 것을 접기로 했다.
이 연희선생과의 피아노 레슨, 조 진희, 문 은혜선생님과의 리코더 레슨,
상윤이 그토록 좋아하던 '축구' 까지...
세브란스 병원 응급실에 누워있는 아들을 지켜 보며
내 머릿속은 터엉 비어 갔다.
지금 내가 이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아이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동안 혹시라도 나로 인해 아이가 잘못 된 부분이 있다면 어떻게 하나..
아이가 자신만의 세계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아이를 우리의 세계에 묶어 놓으려
쉼없이 몰아부친 것이 아이를 탈진시키지 않았을까..
아이를 위한다는 일이 도리어 상하게 하진 않았을까..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엄마는 무의식 속에 아이의 장애를 자신의 탓으로 돌려
자책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어느 논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
장애 뿐만 아니라 아이와 관계된 사소한 부분이라도 잘못된 것이 있으면 우선 내 잘못으로
돌리게 보는 , 조금은 피해망상적인 습관을 나도 가지고 있다.
17~ 20 %의 자폐인이 epilepsy를 갖고 있으며, 사춘기에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주변의 많은 심리학자며 소아정신과 의사선생님들도 상윤이는 걱정할 필요없다고들 하셨다.
그 말을 믿었던 것인지, 믿고 싶었던 것인지...
하지만 늘 마음 한 구석을 떠나지 않던 석연치 않은 불안함에
혹시라도 내 아들에게 이런 일이 닥칠 수도 있다는 것을 각오는 하고 있었다.
- 자폐인 아들을 키우면서 나는 개방적인 사람이 되어간다.
어떤 일이든지 내 아들에게, 그리고 내게 일어날 수 있다고
모든 가능성 앞에 나를 열어 놓으면 오히려 두려움이 옅어지는 것을 느낀다.
'그래, 올테면 한번 와봐라..' 하는 마음으로 산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너무나 두렵기 때문에 도리어 먼저 열어 버리는 것일게다. -
막상 내게, 내 아들에게 '간질'이란 난제가 주어진 후
'세브란스 간질 센터' 주치의 선생으로부터 얻어 들은 쥐꼬리만 한 설명으로는
비자폐인 환자들과의 차이점을 거의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인터넷과 책을 통하여 '자폐인의 간질'에 대한 자료를 모으려 했다.
그러나.. 상식 수준의 일반적 사실과 통계적 자료 외엔 별로 건질 것이 없었다.
안타까운 마음에서 '발달장애 정보 모음터'카페에서 만난 '이 경아'선생께 연락을 드렸다.
그분의 귀한 시간을 길게, 길게 빼앗아 그 어느 선생님과 책을 통해서도 얻을 수 없었던 사실과 경험을 나눌 수 있었다.
하지만 자폐인의 간질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 자체가 별로 없기 때문에 외국 자료에 의존해야 하고
그나마 드물다고 한다.
'Google'을 통해 몇몇 미국 사이트에 들어가서 둘러 보고 있지만 새로운 사실은 없다.
그래도 계속 뒤지고 나누고 쑤시고 해서 알아나갈 계획이다, 늘 그러하듯...
10월9일...
이 경아선생님의 소개로 '서초 여성회관'에서 '정혜원'선생님을 만났다.
상윤은 2003년에서 2004년에 걸쳐 일산 백병원에서 '음악치료'를 받았는데
매우 즐거워 했기 때문에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매주 화요일마다 음악치료를 하는데, 치료실에는 최근 리모델링을 한 후
'one-way mirror'가 설치되어 있다.(강남이라 그런지 역시 다르다!!)
1995년 8월 처음으로 아이를 소아정신과에 데려가 놀이치료라는 것을 받게 한 이후
치료실 밖에서 아이를 기다리며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알 길이 없었다.
치료가 끝난 후 선생님이 붙여주는 간략한 설명으로는 못다할 그 어떤 움직임이
닫혀진 문 안에서 마구마구 일어날 것 같았지만,
내 눈으로 볼 수 없으니 얼마나 안타까웠던지...
이곳에서 드디어 또 하나의 미스테리가 풀려 간다.
음악치료실 one-way mirror 너머
겨우 의자 하나 놓을 만한 거울 저편의 공간에서,
나는 아들을 마주 보고 있다.
그가 나를 볼 수 없는 그곳에
내겐 생경스런 얼굴을 한 또 하나의 아들이 있다.
늘 그를 따라다니는 나의 시선을 벗어나
그의 자폐성의 표출을 두려워 하지 않으며
자신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즐기는 그가 있다.
부셔져라 드럼을 쳐내리며 드럼 속으로 빨려 들어 가는,
선생님과 한공간에 있으나
순간순간 유체를 이탈하여
그만의 세상으로 달아났다가, .
불현듯 낮아지는 드럼소리와 함께
그의 의식도 이 세계로 돌아온다.
그는 드럼을 매개로
자폐와 비자폐의 영역을 넘나드는 줄타기를 하고 있다.
가끔씩 그가 거울 앞으로 얼굴을 들이밀어
나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어쩌면 의식하지도 못한 채
육감으로 내가 거기 있음을 느끼고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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