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일 년에 두 번 길을 떠난다.
2006 년 여름, 상윤과 함께 '춘천 古 음악축제'에 참석한 후로
여름에는 고음악 세미나와 페스티발을 향해 춘천으로 떠나고
겨울에는 강원도 일대 풍광 좋은 곳에서 열리는 '조 진희 리코더 캠프'로 향한다.
서울의 열기와
세 끼니에 대한 의무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루틴에서 벗어나
바로크의 장식음으로 치장된 리코더의 청아한 선율과
헨델과 륄리, 마랭 마레, 로이에, 스카르라티, 사바티니, 쿠프랭의 음악에 묻혀
다가올 반 년을 지탱할 원기를 얻어 돌아온다.
불과 삼사 년전에는 세상에 존재했던 지도 모르던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음악가들...
이름조차 생경스럽던 옛악기들의 깃털 처럼 가벼운 화려함...
무엇보다도 다정하고 마음밭 고운 이들과의 교통함...
그 안에서 헤엄치다 일상의 뭍으로 올라온다.
7 월 23일 아침..
두 달여 진을 빼던 이삿짐을 미련 없이 뒤로 하고
자유로에 올라 100 번 외곽순환도로 '의정부, 별내'를 향해 엑셀러레이터를 밟았다.
5000원 가까운 toll요금이 아깝지 않을 만큼 툭 트인 길...
본격적인 휴가철 전이라 유래없이 한산하다.
서울엔 비가 많이 내렸다.
목적지는 '강원대학교 의암관'..평소에는 영어만 쓸 수 있는 기숙사...
세미나 동안 머무를 곳이다.
갑자기 '청맹과니'가 되어버린 GPS를 던져버리고
난생 처음 'navigation'이란 물건을 '만물상' 시동생으로부터 빌렸다.
(그의 차에는 여벌의 네비게이션이 두 개 더 있었다는 사실..!)
드디어 '인간 네비게이션'이란 nickname을 버려야 할 때가 되었나보다..
지독히 잔소리가 심한, 내가 다니는 것보다 먼 길을 알려주는 그녀를 완전히 무시하고
그저 과속감시카메라 있는 곳을 가르쳐줌에 감사하며
100 Km남짓한 길을 함께 갔다.
덕분에 음악 한 번 못 틀고 아들과 navi와 적당히 웃고 떠들며 갈 수 밖에...
12 시 무렵, 청평에 있는 '전주 장작불 곰탕'집에 들러 뽀얀 국물을 들이키는데
몸매가 풍성한 주인언니께서 '그동안 왜 한 번도 안 왔냐'고 안부를 묻는다.
이래서 우리 모자처럼 눈에 띄게 키가 큰 사람들은 몰래 다니기도 힘든가보다..
어디건 한 번 가면 기억을 당하니..나쁜 짓도 못 하겠군,ㅎㅎ
춘천 시가에 들어서면서 'navi그녀'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지난 3 년간 하도 헤매고 다녀서 완전히 비빔밥이 되어버린 춘천의 거리..
내 기억과는 상당히 다른 그림이라 그녀를 시험해 보기로 했다.
...이래서 또 바보가 되는구나...
아버지께로부터 물려 받은 영진출판사 의 1/20000지도란 오랜 벗을 저버리는 일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잠시의 편리함'과 '생각하는 행위' 를 맞바꾸다.
배신인가..타협인가..
나의 단점은 사소한 것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하는 데 있다.
그래서 이토록 힘들게 사는지도 모른다.
도착!! 그리운 '조 진희,The 털보 선생님'과의 조우..
아들은 선생님을 끌어안고 난리났다.
누가 자폐인들에게 '사회적 관계를 맺으려는 욕구'가 없다고 하는가..
사랑도 학습되는 것이다.
'관계 맺음'도 예습과 복습을 통하여 기술과 욕구가 늘어가는 거라고 나는 열심히 주장한다.
혹시 닥칠 지도 모를 어려움에 대비해 아들과 한 방을 썼다.
이제는 핸드폰을 쓰는 일에 능숙해졌으니 방을 따로 쓰려다
조금 더 '캠프 생활하기 연습'을 하기로 했다, 물론 아들의 동의를 구했음은 당연한 순서!
7 월23 일부터 27일 까지,
3 박 4 일의 세미나와 또 하루의 콩쿨을 채워 닷새 동안 춘천에 머물렀다.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춘천의 수돗물은 여느 생수보다 더 매끈거리는 듯하다.
이사하면서 갈퀴가 되다시피 거칠어진 손가락 끝이 너무 보드라워져서
들여다 보고는 다시금 놀랐다.. 지문이 반쯤이나 흐려진 것이 아닌가..
거리를 지나는 춘천여인들의 피부가 저렇게 좋음은 다른 이유가 없었다.
여러 모로 자연으로부터 축복 받은 춘천이란 도시의 매력에 빠진다.
음식도 참..맛있다. 값도 무척 착하고 인심도 여유롭다.
사람들은 그들이 사는 곳의 지형과 기후와 놀랄 만큼 닮아있다.
내륙, 안개, 느리게 흐르는 강, 자연스레 형성된 대 여섯 개의 길이 엇갈리는 신호도 없는교차로..
'춘천사람들'은 '춘천'처럼 시작도 끝도 없다.
'춘천古음악 페스티발'의 '음악감독'이신 '조 진희'선생님..'한국예술종합학교' '리코더'과 교수님..
상윤이의 스승님이시다. 아니..상윤이가 이 분의 수양아들이다,^^
강사진.. 왼쪽부터 '조 진희', '김 수진', '황 지영','?', '류트 연주가 '김 영익', '이 지혜','문 은혜', '김 옥화' 선생님들..
'한예종'출신들, 오스트리아 비인 음대, 스위스 취리히, 이태리 등지에서 수학하신 분들..
리코더를 닮아 맑고 순순한 성품을 지닌 분들이다. 사람은 그가 연주하는 악기를 닮나니..
'군산'에서 홀로 오신 초등 2 학년 아가씨, '포항'에서 초등선생님이신 엄마 따라 이 년째 참석한 도령...
초급인 그들은 너무 열심히 연주에 몰입해 박수갈채와 환호를 받았다.
'얼짱'의 팔등신 '문 은혜'선생님, '조사모-조 진희 선생님을 사모하는 어머니들' 1 기 회장이신 '김 홍순'님.
리코더가 제 가치를 인정 받지 못 함이 너무 아쉬워 , '춘천 청소년 리코더 합주단'에 자녀를 두신 어머니들이 모여서
'조사모'를 조직하셨다고 한다. 나는 '명예 서울 지역 자문'이 되기를 자청했다. '헨델'의 소나타를 훌륭하게 연주하심..
'김 윤정'선생님과 '최 은숙'선생님...최 선생님은 양구중학교 미술선생님..
귀농하셔서 홍천에서 '우리 빛깔'이라는 천연염색장을 부군과 함께 꾸리신다. 각별한 리코더 사랑으로 고난도의 곡을 연주하심..
누구든지 '양구'의 풍광을 즐기고 싶으신 분은 연락하시라..'박 수근 미술관 가이드'도 하신다..
'우리 것', 그중에도 우리 꽃들과 우리 고유의 빛깔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포항도령의 어머니 '현 은진' 선생님과 나와 함께 각자의 독특한 정신세계를 열어보이며
마지막 밤이 이슥토록 교통하였다.
*** 상윤, ' 헨델의 소나타 3 번 4 악장 Largetto' 연주하다.
오랜만에 무대에 서서 조금 많이 굳어진 모습...잘 하고 싶어서 애쓰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 '김 수진' 선생님으로부터 개인 레슨을 받는 모습.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몰두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이번에 바로크 음악의 장식음 맛을 제대로 보았다.
그동안 리코더를 잡으려 들지도 않더니만 다시 흥미가 돌아온 듯하다.
한동안 그의 사랑이 '피아노'로 영영 움직여간 줄 알았는데...
익숙한 악기라 친밀감도 금방 회복되는 듯..
'Man from 제주'!
리코더가 좋아 머나먼 제주로 부터 비행기 타고 버스 타고 오신 분..
세미나 단골 학생인 '김 병수'선생님과 친구이심..
하루 더 머물며 콩쿨과 음악회까지 즐기고 가셨다.
'류트'계의 '차 인표', '이 준'선생님..
혹자는 '수의사'가 직업이시라는데 확인할 길이 없는..
'아르스 안티쿠아'라는 프랑스 음악단체의 공연을 보고 '류트'에 빠져
대전에서 서울까지 '김 영익'선생님의 레슨을 받으러 다니신다.
'류트'는 줄이 11개나 되고 악보도 특이하고 복잡해서 연주하기에 까다로워 보이는데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자랑하신다..
'비올라 다 감바- Viola da Gamba' 패밀리...
엔드핀이 없어 무릎(Gamba)에 끼고 연주하는 Viol족 악기라 해서 붙은 이름이다.
최근에 '쿠이켄'선생이 'Viola da Spella'를 복원해냈다는데 그림을 보지 못 해 비교 설명은 다음 기회에..
왼쪽부터 '테너V d G', '앨토VdG', '소프라노VdG'...
정 명숙 선생님의 제자들이시다.
'심 윤경', '김 수진'...샛별들이다. 윤경이는 고등부 3 등, '수진'이는 중등부 1 등상을 받았다.
상윤과도 절친한 친구들...
콩쿨 안내를 맡은 '한예종' 졸업, 재학생들이다.
그림의 학들은 '춘천문화예술회관'에 서식하는 것들..두루미였던가?
아시는 분 확인 좀 부탁드립니다. ^^
상윤과 '이 효원'선생님...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
최근 일본에서 열린 콩쿨에서도 수상하고 이번'고음악 콩쿨'에서도 1 등을 한 재원이다.
성품도 모습처럼 곱고 단아하다..
아들의 안목도 일품..
'춘천국립 박물관 중앙홀'에서 연주한 '뮤지카 글로리피카'.
바로크 첼로 '강효정' 선생님, 리코더 '신 윤희 '선생님, 바로크 바이올린'김 진'선생님..
바로크 음악의 진수를 보여주시다.
'김 진'선생님께서는 세미나 때 '바로크 바이올린과 그 연주법에 대한 이해'라는 강의를 진행하셨다.
수강생들은 깃털처럼 가벼운 바로크 바이올린을 만져보기도 하고
현재의 바이올린과의 구조와 주법의 차이에 대한 실연과 설명을 들으며
바로크 음악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
턱받침이 없고 작은 날개짓에도 자연스런 비브라토의 선율이 따라오는,
한껏 멋낸 '바로크 시대 귀부인'같은 오래된 바이올린의 매력에 빠지다.
93.1 KBS FM에서 고음악 해설자로 출연하실 때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던 분..
조근조근 낮은 음성으로 초보청중을 사로잡아 '바로크 음악'의 세계를 열어보이심...
'뮤지카 글로리피카'의 연주..
8 월 2일 토요일, 예술의 전당에서 'History of Cello'라는 타이틀로 귀국독주회를 하시는 '강 효정'선생님..
호쾌한 연주 맛보여 주시길..
'텔레만 앙상블'의 연주..
바로크의 열정을 불태우다.
바로크 첼로의 '이 현정'선생님의 '알렉산더 테크닉'에 대한 강의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테크닉이라기에 첼로 주법에 대한 것인 줄 알고 들어갔더니,
척추를 바로 관리해 육체에 평화를 되찾게 하는 '치료법'과 같은 것.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찾아오는 직업병 같은 만성통증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대안치료법이다.
해가 갈수록 세미나의 레퍼토리는 풍성하고 윤택해진다.
그저 감사할 따름..
'고음악 축제'여, 춘천에서 영원히 열릴 수 있기를...
'블록플뢰텐 서울'의 연주.. '블록플뢰테'는 독어로 리코더를 칭함이다.
한국에서 가장 정통적 리코더 연주를 하는 분들의 모임으로 활발히 연주활동 을 하고 있다.
**'블록플뢰텐'의 연주.
'블록플뢰텐'..'비발디' 사계 중 '여름..
'조 진희'선생님, '문 은혜'선생님, '조 은정'선생님..
드디어 '브와 믹스'-Mixed Voices'.. 상당히 유명한 아카펠라 그룹이다.
주로 성가곡들을 부르는데,
이날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의 세속 마드리갈(가요..트로트에 필적함,ㅎㅎ)으로 친근하고 재미있게 다가오심.
앵콜곡 '미제레레 도미네'로 경건함을 돌려주신 멋진 분들..
'블록플뢰텐'의 반주와 더불어 중세의 거리로 돌아가다..
'브와믹스',그리고 ''블록플뢰텐 서울'
이 사진은 특별히 '칸타빌레-데오'님께 헌정한다..
'브와믹스'를 무척 사랑하시는 분이기에.
내년에는 레오 데리고 춘천 고음악 페스티발에 오심이 어떠실지.. *^^*
마지막으로...'국립특수교육원'에서의 '장애학생 사례발표' 때 뵙게 되어
많은 고언과 조언을 주고 받는 어느 선생님으로부터 저녁 초대를 받았다.
춘천 시내의 '은소반'이라는 한정식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그분의 손주와 상윤과 공유하는 '자폐증'이라는 친구에 대해,
'자폐인'과 더블어 사는 주변인들의 아픔과 보람에 대해
진솔한 마음도 함께 나누다...
돌아오는 길에...
휴가와 주말이 겹쳐
느린 걸음과 긴 호흡으로 가야만 하던 가평길에서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돌아와 끝없이 돌려야하는 일상의 쳇바퀴가 두려워서일 지도,
음악의 바다에서 뭍으로 귀환해야함이 아쉬워서일 지도 모르지만
정체불명의 슬픔이 자꾸만 시야를 막았다.
며칠 간은 '가사'상태에서 지냈다.
허나..서서히 일상으로 돌아와 춘천의 겨울을 기리며
회복되고 있다.
날이 무척 덥다.
춘천의 습기는 서울의 그것과는 태생이 다른 것..
그곳에서는 습함조차 달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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