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저 상윤인데요 저 시간이 없고 너무 바빠서 병원에 못왔어요. 할머니 조만간에 한가할 때 시간내서 병원에 올게요"
"할머니 뽀뽀 쪽 사랑해요. 할머니 많이 회복되고 계시죠? 회복되셨죠? 회복하세요. 쉬세요."
작년 12월 23일, 아버님과 저녁초대에 나가시려 분단장하시던 어머니께서 낙상을 당하셨다.
동네 병원을 거쳐 일산에 있는 종합병원으로, 다시 신촌의 대형병원으로 옮기셨다가
우여곡절 끝에 수서에 있는 거대병원에 입원하셨다.
일박이일 동안 입원해 허리뼈 시멘트 시술을 받고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는 한방병원으로 옮겨 입원을 하셨다.
사소한 의사선생님의 한 마디에 급체를 하실 정도로 의지가 쇠하신 어머니를 지켜보며
다시 한 번 '나이듦'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어린아이와 노인이 '극단적 이기주의, 혹은 자기중심적 사고'에 빠지는 이유는 '생존'이라는 목적을 위해 지극히 당연하다.
그들을 위해 애쓰는 주변 사람들의 수고나 노력을 돌아볼 여지가 없어서 그러시려니..하고 이해하고 넘어가지만
날을 거듭할수록 정교해지는 요구와 욕구에 순순히 따르기가 조금씩 버거워진다.
과연 무조건 순종하는 것만이 어머니를 위하는 길일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회의가 성마른 피로로 낯을 바꾸어 온몸으로 번진다.
오늘도 변함없이 일체의 사생활을 반납하고, 새로 입원한 병원에서 피검사를 거부하시는 어머니의 요구에 따라
수서의 거대병원으로 '의무기록지'를 복사하러갔다.
(이미 MRI, CT, 엑스레이등의 영상자료는 토요일에 복사해 제출한 뒤다.)
또 다른 부위의 통증을 호소해 추가된 약의 처방전도 함께 가져오며
어느새 깊어지는 밤거리의 어둠 속 낯선 동네에서 약국을 찾는 발길에 따라오는 모래주머니 둘...
다시 병원으로 들어가기 전, '아.이.우.에.오.' 입운동을 하며 밝은 표정을 검색하는 나.
병실 문 간유리 너머, 앉아서 TV를 보시는 어머니가 보인다.
떠벌떠벌..분주했던 하루 일과를, 어머니의 병세를, 혼자 계신 아버님의 근황을 전하며
어느새 나는 해체되어 말랑거린다.
딸아이를 학원에서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려면 적어도 두 시간은 더 걸린다.
아버님과 함께 있는 상윤씨에게 전화로 몇 가지 조언을 하는 내게 전화를 바꿔달라고 말씀하시며, '상윤이가 아침에 문자를 했더라.'하신다.
아들의 전화를 받으시는 어머니의 눈가에 물기어린 노을이 번진다.
문자보관함을 열어보는 나의 호기심은 뭐라 형용하기 힘든 따뜻하고 뭉클함과 자리를 바꾼다.
'어머니, 밥 먹여 기른 보람 있네요..ㅎㅎㅎ'
'그러게..ㅎㅎㅎ'
참....고맙고, 사랑스럽고, 이쁘고, 귀하고...
참을성이 바래가는 엄마를 이토록 부끄럽게 만드는 아들이다.
다시 병원에서 나와 시동을 건다.
새벽부터 따지자면 15시간 반만에 만난 엄마에게 쉴 새없이 조잘거리는, 덩치만 커다란 딸아이를 데리고 오는 길...
아들이 제공한 '문자 바카스'의 감동에 취한 모녀는 자유로를 달리는 내내 '가족의 의미'에 대해 얘기했다.
보름이 넘도록 온몸을 지배하던 피로란 녀석은 '어마, 뜨거라' 줄행랑을 치고 서서히 에너지가 충전되어 간다.
...오늘은 115 Km를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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